장기간 이어진 디플레이션과 금융 완화 정책으로 일본 엔화의 구매력이 5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 가치가 떨어지며 가계의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은행(BOJ)을 인용해 발표한 보도에 따르면 엔화의 7월 실질실효환율은 74.31로 1970년 9월 이후 53년 만에 최저였던 지난해 10월의 73.7과 가까운 수준으로 집계됐다. 물가 하락과 BOJ의 금융 완화 정책에 따른 엔화 약세가 겹쳐 통화의 구매력 저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엔화와 반대 움직임을 보이는 금값은 연일 상승세다. NHK에 따르면 일본 내 금 소매가격은 29일 처음으로 g당 1만 엔을 넘어선 데 이어 30일 1만 50엔까지 올라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을 사기 위해 지불해야 할 액수가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엔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닛케이는 엔화의 구매력이 낮아지면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휘발유 강세 등 에너지 가격에 더해 식품과 음료 가격 인상이 계속된 탓이다. 실제로 이날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28일 기준 휘발유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엔저와 보조금 축소의 영향으로 15주 연속 올라 ℓ당 185.60엔으로 1990년 통계 시작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즈호리서치&테크놀로지스에 따르면 엔화가 달러당 145엔 전후로 움직일 경우 세대(가구)당 부담은 2022년 이후 2년간 18만 8000엔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정부의 전기·가스요금 지원과 휘발유 가격 억제 등 고물가 대책이 계속될 것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물가 대책이 없으면 늘어나는 부담은 20만 엔을 넘는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휘발유 소매가격을 ℓ당 175엔가량에서 억제하기 위해 다음 달 7일부터 새로운 조치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기·가스요금 경감책도 연말까지 연장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