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엔화가치 53년만에 최저…올해만 달러 대비 10% 급락

실질실효환율 1970년 이후 최저

엔·달러 환율 장중 147엔 찍어

美日 금리차·日 통화완화 영향

BOJ "완화 계속하는게 바람직"

물가 상승 등 피벗 요인에 주목





최근 계속되는 엔화 가치 하락세에 대한 우려가 심상치 않다. 달러·유로 등 글로벌 주요 통화 대비 엔화 가치는 무려 53년 전 수준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당국의 개입 논의를 촉발했던 145엔 선을 며칠째 웃돌고 있다.

엔저의 원인인 미일 간 금리 차이를 만들어낸 요소는 일본은행(BOJ)의 통화완화 기조로 시장은 최근 고용과 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점을 들어 엔저의 방향 전환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다만 BOJ에서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물론 매파 성향 인사조차 현재로서는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심화하는 엔저와 경기지표 호조가 대조를 이루면서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대한 우에다 총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0일 BOJ가 월 단위로 발표하는 엔화 실질실효환율지수가 지난달 74.31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엔화 약세로 당국이 개입했던 지난해 10월 당시 기록한 53년 만의 최저치인 73.1과 비슷한 수준이다. 비슷한 수치를 발견하려면 1달러당 360엔의 고정환율제를 채택했던 1970년 9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다. 그만큼 현재 엔화 약세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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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실효환율은 통화의 상대적 가치를 물가 변동과 무역량 등을 고려해 산출하며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역대 최고치였던 1995년 4월보다 60% 이상 떨어진 상태다. 닛케이는 “수십 년간 정체된 물가상승률과 당국의 통화완화 기조가 엔화 가치 하락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일본이 30년간 디플레이션을 면치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엔화 약세는 독보적이다.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0개월래 최고치(통화 가치 최저)인 147.37엔까지 올랐다. 이후 0.45% 하락 마감했지만 다음 날인 30일 다시 146엔대로 상승 전환했다.

엔화 가치는 BOJ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과 대조적으로 ‘나 홀로 통화 완화’ 기조를 고수하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에 비해 유로화가 1.47%, 파운드화가 4.47% 오른 반면 엔화는 10.33%나 하락하며 위안화(-5.37%)와 더불어 대표적인 약세 통화로 꼽힌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미일 간 금리 차이가 시장에서 부각되며 약세 폭이 커졌다. 시장이 엔저를 무기로 BOJ와 당국에 통화 긴축 방향 전환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본 통화 당국은 단기간 내 방향 전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무라 나오키 BOJ 이사는 이날 한 금융 경제 간담회에 참석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2% 물가 상승률이라는 목표가 분명히 시야에 들어왔다”면서도 “임금·물가 동향을 겸허히 응시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는 금융 완화를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매파 성향인 다무라 이사의 발언은 BOJ 내 완화론이 대세임을 암시한다. 우에다 총재도 지난주 잭슨홀미팅에서 “인플레이션이 2%보다 다소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50여 년래 최저 수준이라는 엔저를 당국의 구두개입이나 엔화 매수 등 일시적 조치로만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을 향한 고민은 더 깊어지게 됐다.

다만 일본 정부가 전날 발표한 2023년 경제재정백서에서 물가·임금 상승세를 공식화했다는 점은 피벗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열어놓을 요소로 꼽힌다.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7월 3.1%로 16개월째 BOJ 목표치인 2%를 웃돌았으며 올해 일본 기업들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3.58%로 30년래 최고 수준이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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