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내 테크 관련 일자리만 8만 개에 육박합니다. 핀테크·헬스케어·푸드테크·청정에너지 등 신산업이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스타트업 지원 공공기관 ‘스타트업암스테르담’의 요엘 도리는 도시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서울과 비교하면 암스테르담 인구는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출신국은 180개국을 넘는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찾은 암스테르담의 업무지구 자위다스(Zuidas)의 퇴근길은 ‘인종의 용광로’로 불릴 만했다. 구글을 비롯해 악조노벨(화학), ABN암로(은행) 등 7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에서 다양한 인종의 직원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정보기술(IT)이 발달한 인도 출신 개발자들에게 이곳은 천국으로 불린다. 인도계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프라티크 판데이는 “이민을 처음 고민했을 때 네덜란드는 고려 대상도 아니었지만 영어가 통용되고 인도계 인구도 많은 데다 소득세 혜택까지 준다는 나라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며 “대부분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는 문화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네덜란드는 ‘개방’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왔다. 스페인 등에서 종교 박해를 피해 네덜란드로 넘어온 유대인들이 17세기에 무역·금융업을 꽃피웠고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이후 런던에 있던 100여 개 글로벌 기업이 네덜란드에 둥지를 틀었다. 현재 네덜란드에는 2만 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진출해 있고 이주 배경 인구의 비중은 26%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네덜란드의 개방정책은 시험대에 올랐다. 난민 수용 등을 둘러싼 정당 간 갈등 끝에 13년간 유지돼온 연립정부가 붕괴했기 때문이다. 서유럽에서 가장 개방적인 네덜란드조차 반(反)이민 정서에 굴복한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이민 문제를 정치·사회적으로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