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우리 정부에 대해 ‘대미자주’를 요구하며 노골적인 외교정책 간섭을 재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초 아세안(ASEAN)+3 정상회의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미일 경제·안보 공조를 다질 것으로 예상되자 중국 측이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날 박진 외교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중국의 대(對)한국 정책은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양국 관계 발전에는 내생적 동력과 필연적 논리가 있으며 제3자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이 전략적 자주를 강화하고 각종 역(逆)세계화 조작과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저지하며 양국 각 분야 호혜 협력을 심화해 양국 인민을 더 행복하게 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양국 관계에 대해 “외부 요인의 간섭을 방지하고 이데올로기적으로 선을 긋지 않으며 양국 관계가 안정적으로 멀리 나아가도록 추진해 지속 가능하고 강력하며 긴밀하게 협력하는 30년을 열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한미 관계를 겨냥한 발언을 했다. 그는 한중 경제·무역 협력을 양국 관계의 ‘밸러스트 스톤(배의 무게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싣는 돌)’으로 비유하며 한중 협력 확대가 한국의 지속 가능한 번영과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측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이날 왕 부장과 80분간 통화하면서 한중 관계와 한반도 문제, 지역·국제 정세 등 상호 관심사를 협의했다. 양측은 다양한 수준에서 고위급 교류와 소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자고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