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주가가 세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두 업체인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인 HBM3를 공급한다는 소식에 한 달 만에 7만 원을 넘어섰다. 특히 외국인이 시장 전체 순매수 금액보다 많은 5500억 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삼성전자는 2년 8개월 만에 6% 이상 급등세를 보였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4100원(6.13%) 오른 7만 10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장 초반 200원(0.03%) 하락한 6만 67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가 장중 급격하게 상승 전환했다. 삼성전자가 7만 원을 넘은 것은 지난달 1일 7만 1000원 이후 한 달 만이다. 6% 이상 오른 것도 2021년 1월 8일 7.12% 상승한 후 처음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외국인과 기관이었다. 각각 5500억 원, 1406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수 금액은 이날 하루 코스피 시장 전체 순매수 액수(3697억 원)보다 1803억 원이나 많았다. 삼성전자 매수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주식은 팔았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은 코스피 전체 지수까지 끌어올렸다.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34포인트(0.17%) 내린 2551.93으로 출발한 코스피는 삼성전자 주가가 빠른 오름세를 보이자 최종적으로 7.44포인트(0.29%) 상승한 2563.71에 마감했다.
이날 삼성전자가 초강세를 보인 것은 국내외 전자·금융투자 업계 안팎에서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하는 시점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씨티증권은 지난달 31일 관련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가 올 4분기부터 엔비디아에 HBM3를 공급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내년에는 HBM3의 주요 공급처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증권사는 이어 “삼성전자는 2분기에 이미 고객사에 제품 샘플을 보내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고 이 테스트는 3분기 말 끝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HBM, 첨단 후 공정(어드밴스드 패키징)을 함께 제공할 수 있다는 회사라는 게 경쟁사 대비 장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을 7% 상향하고 목표주가도 11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높였다.
엔비디아는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에 활용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생산하는 세계적인 업체다. AI에 대한 관심이 늘어 GPU 수요가 폭발한 덕분에 올 들어서만 주가가 3배 넘게 올랐다. HBM은 GPU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고성능 메모리로 엔비디아에는 SK하이닉스(000660)가 그간 독점 공급했다. SK하이닉스 주가가 올 들어 60% 가까이 상승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이날까지 27.9%밖에 오르지 못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반등에는 엔비디아 관련 소식 외에도 반도체 업황 자체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고 진단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7월보다 16.2% 증가한 86억 달러(약 11조 3434억 원)를 기록했다. 연중 최저점이었던 1월과 2월(각각 60억 달러)보다 43.3% 많은 수준이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8월 반도체 실적은 분기 말 효과를 고려한다면 올 1분기 저점 이후 점진적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메모리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데다 고용량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HBM 등 고성능 제품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이날 업계 처음으로 12나노급 32Gb(기가비트) DDR5 D램을 개발했다고 밝힌 점도 주가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봤다. 32Gb는 D램 단일 칩 기준으로 최대 용량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하반기에 HBM3 시장에 진입해 내년 상반기에 생산능력을 확장할 것”이라며 “파운드리 부문의 실적 개선도 내년 상반기에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