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추억 소환하는 '이 곳'…제2의 전성기 패밀리 레스토랑 [똑똑!스마슈머]

썬앳푸드 '캐롤스' 28년 만에

패밀리 레스토랑 부활 신호탄

2010년대 구조조정 거치고

아웃백·빕스 등으로 업계 재편

고급화에 몰 입점 등 체질 개선

서울 잠실 롯데몰에 문을 연 패밀리레스토랑 ‘캐롤스’ / 사진제공=썬앳푸드서울 잠실 롯데몰에 문을 연 패밀리레스토랑 ‘캐롤스’ / 사진제공=썬앳푸드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3층. 주황색 조명이 입구를 밝히는 이 곳은 1990년대 미국 도심에서 볼 수 있었던 식당을 그대로 옮긴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테이블 마다 달려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에 나무 의자까지 레트로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며 추억 여행을 하는 듯한 분위기를 담아낸다. 바로 썬앳푸드가 28년 만에 새롭게 출점한 패밀리레스토랑 캐롤스다.



고급 외식 문화의 상징이었던 패밀리 레스토랑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동안 패밀리 레스토랑은 2010년대 초반 이후 시장 포화와 경쟁 심화로 문을 닫는 곳이 속출했다. 하지만 침체기 동안 생존에 성공한 아웃백, 빕스 등이 점포 리로케이션, 메뉴 고급화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다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며 과거 전성기를 재현하고 있다.

최근에는 토종 외식 기업 썬앳푸드가 28년 만에 새 패밀리레스토랑 브랜드 ‘캐롤스’를 앞세워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외식업계에서는 이들 브랜드가 오랜 업력에 기반한 평균 이상의 맛 구현 능력을 갖고 있는데다가 40대 이상 소비층에서 추억 소환 효과도 내고 있어 향후 재성장 가도를 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가 연이어 신규 점포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0곳을 신규로 오픈해 현재 아웃백 매장은 94곳으로 집계됐다. 아웃백은 내달 리로케이션 매장 4곳을 오픈할 계획이다.

1990년~2010년대 전성기…출혈 경쟁에 구조조정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의 전성기는 통상적으로 199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을 지칭한다. 썬앳푸드가 1995년 토니로마스를 시작으로 매드포갈릭, 스파게띠아, 텍사스 데 브라질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당시 토니로마스는 한국 갈비와 유사하고 강한 양념을 가진 립 메뉴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복합몰에 입점한 아웃백 ‘광명AK점’. /사진제공=bhc그복합몰에 입점한 아웃백 ‘광명AK점’. /사진제공=bhc그




경쟁사인 아웃백, TGI프라이데이스, 베니건스 등도 스테이크와 파스타 등의 메뉴를 선보이며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했다. 하지만 결국 출혈경쟁이 벌어졌고, 이를 견디지 못한 브랜드들은 경영난으로 하나 둘 문을 닫았다. 고급 외식을 대표했던 패밀리 레스토랑이 통신사 할인 등 대규모의 할인 정책을 펼쳤고, 1만원 대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그동안 특별한 날에 방문하던 패밀리 레스토랑이 지갑이 얇은 학생들이 방문함에 따라 사실상 의미가 퇴색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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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일부 브랜드는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주인이 바뀌기도 했다. 현재 bhc그룹이 운영하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가 대표적이다. 썬앳푸드의 매드포갈릭은 여전히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주인을 찾고 있다.

팬데믹 속 부활…몰 속에 편입하고 고급화 전략 취하고


침체에 빠졌던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을 다시 살아나게 한 건 바로 팬데믹이다. 살아 남은 브랜드들에게 체질 개선의 시간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bhc그룹 품에 안긴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기존 단독 점포들을 정리하고 대신 주차나 날씨 등의 제약이 적은 ‘복합몰 리로케이션’ 전략을 택했다. 지난해 오픈한 매장 10곳 중 3곳이 리로케이션 방식이었다.

아웃백의 리로케이션 전략은 적중했다.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인 결과 지난해 아웃백 총 매출액은 4100억원으로 전년보다 10%가 늘었다. 업계에서는 올해 매출이 5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빕스 목동41타워점에 위치한 샤퀴테리존. /사진제공=CJ푸드빌빕스 목동41타워점에 위치한 샤퀴테리존. /사진제공=CJ푸드빌


CJ(001040)푸드빌의 빕스는 프리미엄 특화 점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와인, 맥주 등 주류를 무제한으로 선보이는 ‘샤퀴테리존’부터 고급 호텔식 인테리어를 갖춘 프리미어 특화매장,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게임룸, 편의시설 등을 제공하는 테이스트업 플러스 특화매장 등 고급화 전략을 통해 실적 회복을 꾀하고 있다. 빕스가 지난해 리뉴얼 오픈 전후 한 달 간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일 평균 매출이 제주점은 196%, 부산W스퀘어점은 101%, 송도점은 72% 이상 증가했다.

지난 25일 ‘캐롤스’ 매장을 선보인 썬앳푸드는 브랜드의 콘셉트를 ‘추억 소환’으로 잡았다. 썬앳푸드 관계자는 “1990년대 레트로 감성이 담긴 캐롤스에서 친구가 애정을 가득 담아 만들어 대접한 것 같은 음식을 즐길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썬앳푸드는 캐롤스 1호점의 안착 과정을 보고 추후 점포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외식 물가 상승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이 오히려 가성비가 좋다는 인식 덕분에 손님들이 늘고 있다”며 “한 차례 부침을 겪었던 만큼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성공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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