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사실 ‘미사일 강국’이다. 우리 군이 실전 배치한 주력인 ‘현무-3’의 사거리는 1500km로 이 정도 사거리의 순항미사일은 전 세계적으로 보유 국가가 많지 않다.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외에 한국만 보유할 정도다.
한국형 유도탄인 ‘현무 시리즈’는 현재 ‘현무-5’까지 개발이 완료됐다. 이 중에서 ‘현무-1’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탄도미사일 ‘현무-2’와 순항미사일인 ‘현무-3’가 실전 배치돼 있다. 현무-2는 지난 2021년 5월 한미 미사일 지침(사거리 및 중량제한 폐지) 해제 전 사거리가 800km(사거리가 800 km는 북한 전역이 사정거리에 든다)로 제한돼 있었지만, 약간의 개량만으로도 중거리미사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500㎞ 순항미사일 보유한 4번째 국가
현무-3는 2006년 7월 7일, 사거리 500 km인 지상발사형 순항미사일 현무3A를 개발 중이라며 국방부가 출입기자들에게 처음 공개했다. 지상형과 잠수함형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무3A는 러시아 기술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개발을 거듭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2010년 현무-3C 개발에 성공하면서 한국은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에 이어 사거리 1500㎞의 순항미사일을 보유한 4번째 국가가 됐다. 사거리는 현무-3A가 500 km, 현무-3B는 1000 km, ‘현무-3C’는 1500 km, ‘현무-3D’는 3000 km다.
현무-3 순항미사일은 한발에 40억 원으로 알려졌다. 미국 토마호크 미사일이 100만~150만 달러(11억~17억 원)로 알려져 비싸다는 비판도 있다. 독일에서 수입한 타우러스 미사일은 한발에 20억 원 수준이다.
현무-4부터는 아직도 베일에 가려 있다. 탄도미사일인 현무-4는 2017년 9월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하자, 한미 정상 간 전화 통화를 통해 한국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 요청이 받아 들여지면서 개발이 시작됐다. 1t에 불과한 현무-3의 탄두 중량을 2.5t까지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미사일이 마하10 가량의 속도로 지상에 낙하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우리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GBU-28’이나 ‘GBU-57’(일명 벙커버스터)가 보다 2∼3배의 파괴력과 지하 관통력을 가져 전략무기로 평가 받는다. 지대지 탄도 미사일로 표면상 벙커버스터 미사일로 SRBM으로 분류되지만, 전문가들은 제원이나 주변국과의 안보 상황을 고려하면 MRBM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무-5, 소형 ‘전술 핵무기급’ 위력
현무-5는 ‘괴물’로만 알려졌다. 아직은 정확한 제원 등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무-5’가 배치되면 재래식 전력으로도 북한의 핵 공격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준핵무기급 미사일로 분류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19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감시, 정찰, 정보 분석 능력을 강화하고 초고성능·고위력 무기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북한 전역의 전쟁지도부와 핵심시설 파괴를 위해 개발 중인 고위력 탄도미사일은 탄두 중량 8~9t으로 괴물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가 대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무-5는 유사시 북한 지역에 대한 압도적 대량 응징 보복 수단이다. 북한 전역의 지하 100m보다 깊은 곳의 지휘·전략 표적을 파괴할 정도로 관통력이 뛰어나다. 사실상 소형 전술 핵무기급 위력을 가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두 가지로 분류한다. 탄도미사일이 광범위한 면적의 타격을 노린다면, 순항미사일은 핵심 표적을 정밀타격하는 이른바 ‘핀포인트 공격용’ 전술 무기다.
순항유도탄(cruise missile)은 비행기처럼 날개와 제트엔진을 사용해서 수평 비행을 하는 미사일이다. 일정한 고도와 속도로 순항하여 목표에 도달하는 미사일의 총칭이다. 탄도유도탄(ballistic missile)은 발사 지점부터 목표 지점까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미사일이다. 탄도미사일 또는 간략히 탄도탄(彈道彈)이라고도 하며 주로 핵무기 등에 쓰인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핵무기가 탄도미사일에 의해 목표까지 운반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군은 ‘한미 미사일 사거리 지침’이라는 족쇄 탓에 미사일 분야에서 오랫동안 비약적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2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담판을 통해 사거리 제한을 800㎞로 연장하고,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도 조절할 수 있는 이른바 ‘트레이드오프(trade off)’ 방식이 가능하도록 합의하면서 물꼬가 틔였다. 한국은 사거리 800㎞·탄두 중량 500㎏ 미사일 또는 사거리 300㎞·탄두 중량 2t 미사일 같은 고중량 고체연료 발사체 개발이 가능해졌다.
현무는 ‘北 위협 등 북방 관장하는 미사일’
이후 2017년, 2020년 두 차례 추가 개정으로 사거리 800㎞ 안에선 탄두 중량 제한이 없어졌다. 2021년엔 사거리·탄두 중량 제한 자체가 모두 폐지됐다. 한국군이 고체연료 방식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렇다면, 2년이 지난 현재 한국군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탄도(순항)미사일은 무엇일까? 그 위력은 얼마나 될까.
유도탄인 현무시리즈 가운데 최신형 ‘현무-5’를 꼽을 수 있다. 사거리 300㎞급 단거리 전술탄도미사일 현무-2 등장한 이후 20여 년 만에 개발된 장거리 전략 탄도미사일이다. 현무는 예부터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북쪽을 지키는 상상 속 ‘영수’(靈獸)로 여겨져 왔다. 북한 위협에 대응하고자 개발된 미사일에 북방을 관장하는 현무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지난해 10월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8초가량의 흐릿한 탄도미사일 발사 영상이 공개되며 국내외 화제가 됐다.
현무-5였다. 탄두 중량이 무려 8t으로 알려졌다.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될 때까지 한국이 개발하는 미사일은 사거리 제한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한국은 폭발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탄두 중량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게 쌓은 노하우 덕분에 현무-5의 탄두 중량은 앞선 현무-4 보다도 3배 이상 증가했다.
현존 재래식 무기의 폭발력 최대치는 10t 수준이다. 현무-5 탄두 중량이 8t이면 세계 최대급이다. 수십 개를 동시에 터뜨리면 핵 배낭과 맞먹는 폭발력을 지닌 받는 평가를 받은 이유다.
재래식 무기지만 핵폭탄 보다 관통력도 뛰어나다. 현무-5로는 지하 100m보다 더 깊은 갱도 속의 표적도 파괴할 수 있지만, 핵폭탄으로는 지하 50m 정도밖에 뚫을 수 없다. 한미 정보자산에 의해 북한 김정은과 군 지휘부의 위치는 수시로 감시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즉, 김정은이 지하벙커에서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즉각 현무-5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마하10 속도 표적 관통 지하벙커 초토화
특히 현무-5는 1000㎞ 고도까지 치솟은 뒤 마하 10 이상 속도로 표적에 내리 꽂힌다. 탄두 자체의 파괴력도 크지만, 초고속 낙하를 통해 탄두에 가해지는 운동에너지로 인공지진을 일으켜 지하시설을 초토화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이 핵을 사용하지 않고도 핵무기 같은 위력을 내는 재래식 무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현무-5는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된 후 개발됐기 때문에 탄두 중량을 줄이면 3000km 이상까지 날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부분에 주변국이 주목하고 있다. 이 사거리면 중거리탄도미사일이다. 중국과 일본으로서는 크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같은 현무-5 위력 덕분에, 한국이 중거리 탄도미사일(IIRBM)을 운용할 수 있다는 의미와 함께 다탄두인 MIRV(1개의 미사일에 실려 각기 다른 목표를 공격하도록 유도되는 복수의 탄두)를 운용할 가능성이 커져 주변국에는 상당한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현무-5는 1단 고체로켓모터의 추력이 75t급이고 미사일의 총중량이 36t이다. 이동식발사차량(TEL)을 통한 운용이 기본일 것으로 추측된다. 발사방식은 콜드런치(최초 발사 이후 일정고도까지는 탄환처럼 가스 등으로 미사일 본체를 밀어냈다가, 이후 공중에서 점화해 미사일이 발사되는 방식)을 채택했다. 1단을 기준으로 하면 사실상 미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와 동일한 제원이다. 하지만 3단형의 ICBM인 미니트맨3와는 달리 현무-5는 총 2단형일 것으로 알려졌다.
현무-5는 동일한 제원인 과거 소련이 운용하던 총 2단형 고체연료 기반의 IRBM, ‘RSD-10 파이어니어’(SS-20/28)와 비교하면 그 위력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총중량 37t으로 3발의 핵탄두를 사거리 5500 km의 목표에 투사가 가능하다. TEL을 기반으로 운용되며 발사방식도 콜드런치를 적용했다. 서방은 RSD-10 파이어니어에 소형의 단일탄두를 적용하거나, 혹은 1단을 추가하면 바로 ICBM으로 활용이 가능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무-5가 동일한 방식을 통해 ICBM으로 활용될 가능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실상 한국 첫 중거리 탄도 미사일(IRBM)
뿐만 아니라 냉전시절 RSD-10 파이어니어에 대항하고자, 미국은 유럽에 퍼싱-2를 배치했다. ‘한국형 퍼싱-2’가 ‘현무-2C’다. 냉전시절 미국과 소련이 주요하게 운용하던 핵투발 수단을 한국군이 전부 보유하고 운용 중인 셈이다. 게다가 현무-5는 동북아 역내에서 비슷한 급인 중국의 DF-26보다도 총중량이 무려 16t이 더 무겁다.
미사일 전문가인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현무-5 같은 8~9t 탄두는 기존 무기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놀라운 무게로 탄두를 1t급 이하로 줄이면 3000㎞ 이상 충분히 날아갈 수 있다”고 했다. 사거리 3000~3500㎞면 사실상 중국 전역을 사정권에 넣을 수 있다. 사거리 3000~5500㎞는 중거리 미사일로 분류돼 현무-5는 사실상 한국의 첫 중거리 탄도 미사일(IRBM)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준(準)핵무기급 전략 무기인 현무-4. 지난 4월에 열린 제15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함대지 탄도유도탄 체계개발 사업’을 발표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2024년부터 2036년까지 총 6100억여 원을 투입된다. 특히 일명 ‘현무 4-2’와 ‘현무4-4’은 일명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 만큼은 아니지만 한국군의 가장 중요한 전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예산 승인을 받은 함대지 탄도미사일인 ‘현무 4-2’는 지상 발사형인 ‘현무 4-1’과 잠수함 발사형인 ‘현무 4-4’ 보다 가장 생산을 통해 핵심 전략으로 구축될 것으로 추정된다. 군 당국이 발사 플랫폼이 가져다주는 현무 4-2의 위력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현무 4-1은 위치가 노출된 육상 기지에서 발사되는 탓에 북한이 여러 수단으로 탐지가 가능해 바로 대응하거나 반격도 가능하다.
반면 군함과 잠수함에서 쏘는 미사일은 언제, 어디서 발사돼 어디로 떨어질지 북한으로선 알아낼 방법이 없다. 현무 4-1에 비해 위력이나 사거리는 줄지만, 바다에서 발사할 수 있는 현무 4-2와 현무 4-4는 누구도 부인 못하는 강력한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이유기도 하다.
실제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에 탑재되는 현무 4-4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남포만 인근까지 조용히 접근해 평양을 향해 기습 공격이 가능하다. 이 경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치만 파악하면, 한국군은 북한 최고지도부를 단 몇 분 만에 제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현무 4-4를 쏘는 잠수함은 플랫폼 상의 문제가 있다. 도산안창호급은 6발의 현무 4-4, 장보고-3 batch 2는 10발의 현무 4-4만 실을 수 있다. 즉 실전에 배치된 잠수함을 모두 합해도 발사 가능한 총 미사일 수가 50여 발로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잠수함은 해상에서 재보급도 불가능하기에 아주 작은 숫자의 탄도미사일만 실전에서 가능한 것이다.
최고 발사 플랫폼 함대지탄도탄 ‘현무 4-2’
하지만 함정에 실리는 현무 4-2는 얘기가 달라진다. 잠수함 여러 척에서 탑재할 탄도미사일을 한 척의 구축함에 모두 탑재할 수 있다. 이동 지역을 옮겨가며 다방향에서 발사할 수 있어 ‘최고의 탄도미사일 운반수단(플랫폼)’이라는 평가를 받는 까닭이다.
내년 말에 취역할 구축함 정조대왕 함에는 24발의 현무 4-2 미사일을, 차세대 구축함 KDDX에는 16발의 현무 4-2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군 당국은 해군이 보유 예정인 합동화력함에도 현무-5를 장착한다는 계획이다. 합동화력함까지 합하면 최소 200발 이상의 현무 4-2 미사일을 보유하게 돼, 북한의 도발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막강한 화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함정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의 이점은 제트 비행기 같은 순항미사일과 달리 일정한 궤도를 따라 상승 및 하강하여 표적에 명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육군 미사일사령부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의 경우 남쪽에서 북쪽으로만 발사가 가능하다. 잠수함의 경우 공격 명령을 즉시 받아서 기습공격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함정에 탑재된 탄도미사일의 경우 바다에 떠 있는 상태에서 발사 지점을 동쪽에서도 가능해 북한의 대공 방어 체계에 일종의 ‘과부하’를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함정이 바다에 떠 있는 상태에서 위성통신 등 각종 통신망을 기반으로 전쟁이 터지면 가장 먼저 쏠 수 있는 무기체계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함대지 탄도미사일 현무 4-2는 한국군이 보유할 전략무기인 탄도미사일 가운데 가장 많은 주력 미사일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