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수익 악화와 경기 부진이 겹쳐 ‘세수 펑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국세 수입 현황’을 보면 올해 7월까지 누적 국세 수입은 217조 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조 4000억 원 줄었다. 남은 기간 지난해 수준으로 세금을 걷어도 올해 세수는 세입예산 400조 5000억 원 대비 48조 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세수 펑크 규모가 50조 원을 넘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3일 세수 결손분을 충당하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기금 자금 투입 방안을 꺼내 든 것은 건전 재정을 위한 고육책으로 볼 수 있다. 기재부는 외국환평형기금 20조 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 넘기고 이를 일반회계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세수 펑크를 메울 듯하다. 세부 방안은 다음 주까지 세수 부족분을 재추계해 발표된다. 계획대로라면 10조 원대의 불용 예산, 3조~5조 원대의 세계잉여금에 20조 원 안팎의 공자기금 재원을 더해 35조 원 내외를 조달해 세수 펑크를 막을 수 있게 된다. 외평기금 여유분을 공자기금에 넣어 세수 결손분을 충당하는 방안은 빚을 내지 않고 세수 부족을 메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세수 펑크는 경기 침체와 재정 정책의 실패에 기인한 것으로 외평기금 활용은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는 데다 환율 안정성을 희생시킨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유례없는 규모의 세수 결손이 제조업의 침체와 맞물려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올해 7월까지 법인세 수입이 48조 5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1%나 줄어든 것은 제조업의 위기를 보여준다. 특히 올해 7월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액은 9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5.1% 감소했다. 설상가상으로 부동산발(發)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는데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3일 방송에 출연해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안이한 낙관론은 위기를 되레 더 키울 수 있다. 이날 현대경제연구원은 ‘L자형 장기 침체’를 경고했다. 더 늦기 전에 기업 활동을 옥죄는 ‘모래주머니’ 규제 철폐와 세제·금융 등 전방위 지원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꺼져가는 성장 동력을 재점화하지 못하면 세수 펑크를 막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