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인난에 시달리는 조선 업계에 대해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확대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는 선수금환급보증(RG) 재원을 4000억 원으로 늘리는 등 조선 업체 지원을 위한 총력전에 나서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경남 거제의 한화오션 조선소에서 조선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우리나라는 높은 기술 경쟁력으로 세계 고부가·친환경 선박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조선업이 활성화돼 수출 드라이브를 주도하도록 금융, 인력 양성, 연구개발(R&D) 등을 총력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조선업의 비전문 외국 인력 취업비자(E-9) 별도 쿼터를 확대하는 방안을 살핀다. 앞서 올 4월 정부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E-9에 대해 5000명 규모로 조선업 전용 쿼터를 신설한 바 있다. 그러나 조선 업체의 인력난이 여전하다는 판단에 따라 조선 업체가 외국인 근로자를 추가로 고용할 수 있게끔 E-9 쿼터 확대 배정을 검토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신규 입사자에게만 제공했던 희망공제사업은 재직자에게도 확대된다.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희망공제사업이란 2년 만기로 800만 원을 지급하는 사업으로, 이 중 근로자는 200만 원만 부담하면 된다.
무역보험공사의 RG 특례 보증 재원은 기존 1200억 원에서 4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무보는 은행 등이 발급해준 RG에 대해 약 85%를 재보증해주는데 이 규모를 4000억 원까지 확대한다는 뜻이다. RG는 선박을 주문한 선주가 조선 업체에 선수금을 줄 때 금융사로부터 받는 보증서를 뜻한다. 추 경제부총리는 “올해 하반기 수주 예정인 한화오션의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우리 조선사들에 대한 RG를 적기에 발급하겠다”며 “발급 한도를 초과하는 RG에 대해서도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이 분담해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친환경 선박 전 주기 혁신 기술’ R&D 지원액을 올해 113억 원에서 내년 159억 원으로 늘리는 등 무탄소 선박 개발에 대해서도 예산 투입을 확대할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이 외에 필요한 정책을 추가 발굴해 ‘조선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가 직접 조선소를 방문해 조선 업계 지원책을 강조한 것은 현재 조선 업체의 수주 호황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조선의 수주 잔량은 올 상반기 기준 3880만CGT로 12년 만에 최대치를 달성했다. 그러나 수주량 증가의 반대급부로 인력난 등 각종 문제도 발생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편 추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역화폐에 대해 “정부가 국가의 세금을 전국에 동시에 뿌리듯 접근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2024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지역화폐 국비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지역화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세우는 주요 정책 중 하나다.
추 부총리는 “지역화폐가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면 되는 부분”이라며 “중앙에서 획일적으로 전국에 동시에 뿌려주는 방식은 이제 안 된다”고 밝혔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8~9월에 국제유가 상승과 추석 성수기 등으로 물가 상승률이 3%를 넘었다가 10월 이후에는 2%대로 복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에 밝힌 물가 상승률 전망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이어 무역 실적과 관련해서는 “10월께부터 수출이 플러스로 진입하고 무역수지도 기조적으로 흑자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