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를 풀지 않고도 암호화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암호를 풀 경우 정보가 외부에 노출될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기존 보안의 ‘약한 고리’를 보완했다.
ETRI의 완전동형암호 기술. 사진 제공=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데이터를 암호화한 상태로 사생활을 보장하면서 기계학습 등에 적용할 수 있고 양자컴퓨터 해킹에도 견딜 수 있는 보안 성능을 가진 ‘완전동형암호’ 기술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완전동형암호는 데이터를 암호화한 상태에서 연산할 수 있는 암호 방식이다. 현재는 암호화한 데이터를 보내면 수신자가 이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암호를 푸는 ‘복호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경우 복호화에 필요한 열쇠인 ‘비밀키’와 데이터가 외부에 노출될 수 있다. 민감 정보를 담은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용도로는 현재의 암호 방식이 적합하지 않다고 ETRI는 설명했다.
암호화한 데이터는 수만 개의 다항식 형태를 갖는다. 이를 그대로 연산하려면 암호를 푼 데이터를 연산하는 경우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계산량을 감당해야 한다. 64비트(bit) 수준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로도 연산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ETRI의 ‘완전동형암호 하드웨어 연산 가속기 칩’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차 다항식의 덧셈·뺄셈·곱셈·나눗셈 등 복잡한 연산에 적합하게 개발됐다.
ETRI는 이 기술이 원래 데이터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아 개인정보 보호를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술을 바탕으로 향후 ‘동형암호 전용 시스템온칩(SoC)’ 형태로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박성천 ETRI 보안SoC융합연구실장은 “유망 기술로 손꼽히던 동형암호 고속연산 칩의 핵심 기술을 연구해 동형암호의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해당 기술로 세계적인 수준의 성능을 개발하고 사업화해 우리나라가 새로운 보안 기술을 선도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