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게이트키퍼(문지기)’ 빅테크 규제를 위한 ‘디지털시장법(DMA)’ 대상 기업 목록 확정을 앞두고 있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할 시 글로벌 매출의 최대 20%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구글·애플 등 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법이지만 삼성전자(005930)도 규제 대상 후보로 이름을 올려, 삼성전자가 게이트키퍼에 포함될 시 여파가 상당할 전망이다.
지난 1월 열린 북미 최대 IT박람회 CES 2023에서 구글이 부스를 열고 애플의 아이메시지 앱의 호환성 부족을 언급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정혜진 특파원6일(현지 시간) EU 집행위원회는 게이트키퍼 기업을 최종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시가총액 750억 유로·연 매출 75억 유로·월 실사용자 4500만 이상 등 게이트키퍼 기준을 충족한 기업 7곳은 지난 7월 자진신고를 마쳤다. 대상 기업은 알파벳(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MS)·메타(페이스북)·아마존·바이트댄스(틱톡)·삼성전자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되면 자체 서비스를 우선 제공하거나 기본 앱 삭제를 막을 수 없다. 외부 서비스 이용을 막을 수 없고 광고 등에 개인정보 활용시 보다 명확히 고지해야 한다. 이를 위반시 글로벌 매출 10%를, 반복적으로 위반하면 최대 20%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과징금 범위가 EU가 아닌 글로벌인데다 이익이 아닌 매출을 토해내야 해 법 위반시 사실상 EU 내 사업 전개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게이트키퍼에 포함될 시 과징금 규모는 최대 30조 원에 달한다. 과징금 규모가 천문학적인데다 규제가 광범위해 삼성전자를 포함한 대상 기업들은 EU에 시장 지배력이 낮다는 점을 적극 소명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규제 대상이 되면 EU에 판매하는 스마트폰·태블릿, TV와 PC 등에 ‘삼성 인터넷’이나 ‘빅스비’ 등 기본앱을 탑재할 수 없거나 삭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과거 MS 윈도우의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 내장이 독점 논란을 불렀던 것과 유사하다.
다만 IT업계 일각에서는 설령 삼성전자가 게이트키퍼로 규정되더라도 애플 등 경쟁사 타격이 더욱 커 나쁠 게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갤럭시의 유럽 내 가장 큰 경쟁상대인 아이폰은 아이메시지(문자), 페이스타임(영상통화), 시리(인공지능) 등 전용 앱을 바탕으로 높은 이용자 충성도를 누리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에서 앱스토어 외 타 앱마켓 사용도 막는다.
갤럭시 내장앱은 삼성인터넷·빅스비 등 소수인데다 독점적 지위도 미미해 상대적 타격이 적다는 평가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폰 전용 서비스에 밀려 고심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도리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애플은 게이트키퍼 지정이 확정적이지만 삼성전자의 유럽 내 점유율이나 서비스 행태가 독점적이라 보기 힘들어 규제를 피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