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문 열자마자 77억 야요이 호박 팔려…관객도 작품도 '알짜'만 모였다

◆개막 첫날 뜨거운 열기

프리즈, 국내외 VIP로 북적

데이비드 즈위너 100억 원 이상 배출

개막 3시간만에 고가 작품 판매

야요이 '붉은 신의 호박' 77억

번하트의 작품도 30억에 사전 판매

키아프, 젊은 컬렉터 사로잡아

운동화 신은 2030 관객으로 가득

OLED TV 김환기作 전시 등 눈길

6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프리즈 서울'을 찾은 관람객들이 하우저&워스 부스에서 필립 거스턴의 ‘컴뱃I’과 조지 콘도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 서울과 국내 최대 미술 행사인 ‘키아프’가 이날 동시에 코엑스에서 막을 올린 가운데 서울 곳곳이 미술 축제 열기로 달아올랐다. 오승현 기자6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프리즈 서울'을 찾은 관람객들이 하우저&워스 부스에서 필립 거스턴의 ‘컴뱃I’과 조지 콘도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 서울과 국내 최대 미술 행사인 ‘키아프’가 이날 동시에 코엑스에서 막을 올린 가운데 서울 곳곳이 미술 축제 열기로 달아올랐다. 오승현 기자




“올해는 정말 알짜만 모였어요.”



6일 ‘프리즈(Frieze) 서울’이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만난 한 해외 대형 갤러리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에는 미술 재테크 열풍으로 내국인이 많았고 전시를 구경하러 온 MZ세대가 많았는데 올해 프리즈에는 해외에서 작품을 사기 위해 온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미술품 컬렉터들이 손꼽아 기다린 대형 행사 ‘프리즈’의 막이 올랐다. 주최 측은 올해부터 첫날 입장 가능한 VIP 방문객 총수를 제한했다.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밀집해 방문객의 관람 환경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방문객들은 티켓을 구매한 후 입장 가능한 시간을 별도로 배정받았다.

6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를 찾은 관람객들이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필립 거스턴의 ‘Combat I’. 오승현 기자6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를 찾은 관람객들이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필립 거스턴의 ‘Combat I’. 오승현 기자


이런 사전 조치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인파가 몰렸다. 당초 주요 갤러리들은 경기 침체 여파로 올해 관람객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해외 초대형 갤러리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막 해제된 시점에서 행사가 열려 아시아뿐 아니라 북미·유럽에서도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며 “올해는 방문 의사를 밝힌 고객들이 지난해보다 적었지만 개막하고 보니 지난해 못지않은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후 3시 이후 전시장은 중국·홍콩·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서 온 방문객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주최 측이 시간당 인원을 제한하고 있어 지난해처럼 개막 전 로비에서 길게 줄을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전시장 내부는 인파로 가득했다. 앞서 들어온 방문객이 작품을 감상하느라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가운데 다음 방문객이 밀려 들어오자 오후 3~4시께 일부 갤러리 부스 앞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혼잡했다.



유명인들도 눈에 띄었다.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RM과 배우 최지우 등 유명 연예인들이 현장을 다녀갔고 박서보·김구림·제이디차 등 작가들도 방문했다. 그 밖에 UCCA뮤지엄 오너, 정도련 홍콩M+ 부관장, 토비아스 버거 홍콩 타이쿤미술관 관장 등 미술계 저명인사도 두루 전시장을 찾았다.

관련기사



6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를 찾은 관람객들이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캐서린 번하트의 'Bacterium Run'. 오승현 기자6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를 찾은 관람객들이 세계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캐서린 번하트의 'Bacterium Run'. 오승현 기자


갤러리 관계자들은 생각보다 방문객이 몰리면서 큰손 컬렉터들의 방문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린 곳은 17세기부터 최근까지의 작품을 두루 볼 수 있는 ‘프리즈 마스터즈’ 섹션과 대형 갤러리 부스였다. 하우저&워스, 데이비드즈위너, 화이트큐브 등의 세계적인 갤러리들은 개막 3시간여가 지난 후 고가의 작품 판매 소식을 전했다. 지난해는 하우저&워스가 하루 만에 100억 원어치의 판매액을 올리며 화제가 됐다.

올해의 주인공은 미국 갤러리 데이비드즈위너였다. 데이비드즈위너는 전시가 시작되기 전 25만 달러(약 3억 원) 수준의 캐서린 번하트의 회화를 판매했다. 핑크팬더를 그린 번하트의 작품은 개막 전부터 이미 크게 화제가 됐다. 개막 직후에는 580만 달러(약 77억 원)에 달하는 구사마 야요이의 ‘붉은 신의 호박’ 회화 작품이 팔려 나갔다. 올해 우리나라에 지점을 오픈한 화이트큐브는 게오르크 바젤리츠 등의 작품을 수십억 원 수준으로 판매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구사마 야요이의 ‘붉은 신의 호박(red god pumpkin)’.구사마 야요이의 ‘붉은 신의 호박(red god pumpkin)’.


국내 갤러리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리안갤러리는 이건용의 ‘바디스케이프’를 45만 달러(약 6억 5000만 원)에 판매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국제갤러리도 개막 2시간 만에 6억 원을 호가하는 박서보의 작품을 팔아 치웠다. 강소정 아라리오갤러리 총괄디렉터는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이 모였고 실제로 구매를 목적으로 한 문의도 잇따랐다”고 말했다.

코엑스 3층 C·D홀이 프리즈를 찾은 국내외 귀빈으로 북적였다면 1층에서 열린 ‘키아프’에는 이보다 젊은 컬렉터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오후 1시 개막 전부터 삼삼오오 모여 있던 프리즈 방문객들은 간편한 운동화를 신고 커다란 가방을 맨 채 200여 곳의 갤러리가 꺼내놓은 작품을 천천히 감상했다. 프리즈에 비해 규모는 작다는 평가지만 중견 작가의 잘 알려진 작품을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졌다. 프리즈가 작품을 실제로 구매할 사람만 모인 ‘그들만의 리그’라면 키아프는 한층 담장을 낮춘 커다란 전시회였다. 김환기 전시 공간에서는 LG전자의 후원으로 설치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뉴미디어 특별전도 관심을 끌었다. 관람객들은 전시장 깊숙한 곳에 설치된 미디어아트 전시 공간에 잠시 앉아 영상을 보며 오랜 시간 걷느라 지친 다리를 쉬게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설치된 르엘어퍼하우스 VIP라운지에서는 샴페인을 마시며 소통하는 컬렉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날 VIP 관람 이후 7일부터는 일반 관람이 시작된다.


서지혜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