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음원 난립에 글로벌 음반사와 스트리밍 서비스가 ‘진짜 음악’ 수수료 인상에 나섰다. 구독제하에서 AI가 찍어낸 음악과 단순 소음이 난무하며 가수들의 수익을 갉아먹고 있는 탓이다. AI 음원이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등 생성형 AI가 음악 시장에도 빠르게 침투하자 음반사와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생존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6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최대 음반회사인 유니버설뮤직이 프랑스 스트리밍 서비스 ‘디저(Deezer)’와 새 로열티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새 계약은 한달 1000명 이상 청취자를 지닌 아티스트에게 주는 로열티를 그 미만인 아티스트 대비 2배로 올리고, 청취자 검색으로 재생되는 음원에는 무작위로 재생된 음악보다 4배 로열티를 주는 내용이다. 유니버설뮤직과 디저는 새 계약을 통해 전문적인 아티스트의 로열티 수익이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사가 새 계약을 체결한 배경에는 구독경제의 함정이 있다. 그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가입자에게 일정한 월 구독료를 받고, 전체 구독료를 청취 비중에 따라 나눠왔다. 어떤 음원이건 30초 이상 들으면 1회 재생으로 치는 식이다. 수동 검색으로 마이클 잭슨의 5분짜리 음악을 모두 들어도, AI가 만들어낸 30분짜리 자동생성 음원을 1분 들어도, 무작위 재생으로 나온 녹음된 빗소리를 30초 들어도 로열티가 같다. 구독자와 구독료, 재생 시간은 한정돼 있으니 ‘쓰레기 음원’이 늘어날수록 진짜 아티스트들이 받아가는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잡음’은 갈수록 늘고만 있다. 자동 생성하거나 생활 환경에서 쉽게 녹음한 음원을 올려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탓이다. 실제 2018년 스포티파이 내 신규 음원은 하루 2만 개 선이었지만 올해는 12만 개에 달하고 있다. 루시안 그레인지 유니버설뮤직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현상을 “소음의 바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잡음에 흘러간 로열티가 9억 달러에 달한다고 추정한다. 올해 전체 음원 스트리밍 시장 규모가 380억 달러로 추정됨을 감안하면 연 매출 2.4%가량을 잡음이 차지하는 셈이다.
AI 생성 음악에 목소리가 사용된 아티스트들도 불만이다. 저작권을 인정 받기 힘든 탓이다. 올 초 AI로 만든 가수 드레이크와 ‘더 위켄드’ 콜라보 음원이 스포티파이 등에서 차트 상위권에 오르자 소속사 유니버설뮤직이 음원 삭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드레이크는 지난 4월 자신의 목소리로 아이스 스파이스의 ‘뭉크’를 부르게 한 영상을 본 후 “인내심의 한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유튜브는 최근 AI 음악을 합법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음악 AI 인큐베이터’를 선보이며 저작권 문제 해결에 나섰다.
스트리밍 서비스도 현 상황이 건전하지 않다고 본다. 제로니모 폴게이라 디저 최고경영자(CEO)는 “9000만 개의 디저 음원 중 많은 트랙이 말 그대로 세탁기 소리, 빗소리 같은 소음”이라며 “세탁기 작동 소리 30초가 해리 스타일스 최신 싱글과 같은 돈을 받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며 새 계약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FT는 “유니버설뮤직이 스포티파이, 타이달 및 사운드클라우드를 포함한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과도 로열티 지불 방식 변경을 협의 중”이라며 “스트리밍 경제 전반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