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 55개 국가의 연합체인 아프리카연합(AU)이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지위를 획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된 G20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의장국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전쟁으로 인한 각국 신뢰 저하’를 언급하며 화합을 촉구했다.
AP통신은 9일(현지시간) 모디 총리가 이날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에서 G20 정상회의 개막사를 하면서 AU의 가입 사실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모디 총리는 아잘리 아수마니 코모로 대통령 겸 AU 의장과 악수 및 포옹을 하고 그에게 회원국 정상 자리에 착석할 것을 권했다.
이로써 AU는 유럽연합(EU)에 이어 G20에서 두번째 지역 단체 회원국이 됐다. 이전까지는 '초대된 국제기구' 지위를 점하고 있었다. AU 회원국 지위 부여 여부는 이번 회의를 앞두고 가장 논란이 많은 사안이었지만 결국 회원국에 포함시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AU는 2002년 아프리카경제공동체(AEC)와 아프리카단결기구(OAU)를 통합해 출범한 아프리카 대륙의 정부 연합체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본부를 두고 아프리카 전체 55개국이 가입해 있다. 이들 국가의 인구는 14억명에 달한다.
AU의 G20 정회원국 지위 획득에 대해 AP통신은 "모디 총리는 올해 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사우스(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통칭하는 용어)'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핵심 의제로 삼았다"며 "AU에 정회원국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모디 총리는 이날 개막사에서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는 신뢰 결핍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전쟁은 이 문제를 더 심화시켰다. 우리가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면 전쟁으로 인한 신뢰 훼손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 국가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중량감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의장국인 인도는 공동선언 도출을 위해 회의 막판까지 참가국 간 이견을 좁히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G20 정상회의 준비 단계에서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인해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정부 관계자들은 8일 기자회견에서 공동선언이 '거의 준비돼 있다'면서도 쟁점 사안들이 어떻게 조율됐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