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산업이 비교적 초기 단계인 점에서 잠재력을 봤습니다.”
신채호 1인치 네트워크 CFO는 8일 서울 강남구에서 디센터와 만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1인치 네트워크는 여러 탈중앙화거래소(DEX)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해 통합 지원하는 애그리게이터 솔루션이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주로 유럽을 중심으로 운영돼오다 최근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 사업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1인치 네트워크가 한국 디파이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신 CFO의 설명이다. 그는 “글로벌 DEX 애그리게이터 시장에서 1인치 네트워크의 점유율은 70%에 달하지만, 디파이 산업 초기 단계인 한국에서의 점유율은 아직 크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공적인 국내 진출을 위해 1인치 네트워크가 택한 전략은 현지 파트너사를 통한 간접적인 시장 진입이다. 대부분의 디파이 서비스가 영어만을 지원하는 점이 한국 등 아시아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높여왔다고 보고 서비스 현지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 같은 판단 하에 1인치 네트워크는 우선 국내 주요 지갑 업체들에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판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클레이튼(KLAY) 기반 지갑 ‘카이카스’ 이용자에게 1인치 네트워크 API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그라운드X의 ‘클립’과 빗썸 ‘부리또’에서도 지원 중이다.
그러나 불확실한 디파이 규제는 1인치 네트워크의 발목을 잡고 있다. 탈중앙성이 핵심인 디파이의 특성상 DEX 규제에 대한 논의는 중앙화 거래소(CEX)에 비해 매우 더디다. 가상자산 친화적인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명확한 법제화가 이뤄진 일본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우선하는 등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있긴 하지만 규제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신 CFO는 “디파이에 강력한 규제를 가할 것으로 우려되는 미국에선 아예 서비스 제공을 하지 않는 등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규제 논의 과정에서 디파이가 누락된다면 향후 디파이 서비스와 규제가 상충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그때가 되면 규제를 만드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1인치 네트워크는 DEX에서 대부분의 가상자산 거래가 이뤄지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탈중앙성을 기본 가치로 하는 블록체인의 철학을 따르기 위해선 DEX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실제로 전체 가상자산 거래량 가운데 디파이가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이 현재 20%로 커졌고 많은 CEX들도 자체적인 디파이 플랫폼을 출시하고 있다"며 “1인치 네트워크는 현재의 시장 도미넌스를 유지하고 디파이계 구글 서치 엔진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