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연대에 맞서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공고화되고 있다. 최근 개막한 동방경제포럼(EEF)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만남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북러 군사 협력의 밀도가 이전과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핵 기술이 북한으로 흘러갈 경우 한국의 핵무장론 등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1일 “김정은 동지께서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동지와 상봉하시고 회담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이날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수일 내에 러시아를 찾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부 소식통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을 태운 전용 열차가 10일 오후부터 천천히 북동 국경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도착할 것으로 알려진 블라디보스토크역에는 다수의 경찰 인력이 배치되는 등 경비가 대폭 강화된 모습이다. 또 연해주 하산역은 지난주부터 승강장 등에서 청소와 페인트칠 작업이 진행됐으며 경비원도 증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언론은 이번 북러정상회담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이 EEF에서 김 위원장과 회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북러정상회담은 당초 알려진 12~13일이 아닌 14일 이후 별도의 장소에서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의 재래식 포탄과 러시아의 전략무기 기술 등과 관련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간 ‘잘못된 거래’가 성사될 경우 한반도 안보 지형이 급격히 변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이 앞서 8일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을 최초 공개한 만큼 북러의 핵 관련 군사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에 더해 핵추진잠수함까지 운용하게 될 경우 한반도의 해상 핵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는 무용지물이 되고 국내에서도 핵보유론이 힘을 얻게 되는 등 NPT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얻게 되면 한반도뿐 아니라 미국에도 큰 위협이 된다”며 “북핵 위협이 현실화하면서 미국이 한국의 핵 보유를 용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