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학생이 10년 전보다 3배 가까이 급증해 2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으나 교육 현장 내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는 지적이 많다. 인구 감소 대책으로 ‘이민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다문화 학생이 빠르게 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같은 교실에서 공부할 수 없다’는 학부모들의 배타적 생각에 전학을 선택하는 모습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학생들 사이 이른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다문화 포용력 제고를 위한 교육 확대와 다문화 학생을 위한 맞춤형 지원 체계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 학생 수는 18만 1178명으로 2013년(5만 5780명)에 비해 2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유초중등 학생 수가 718만여 명에서 578만 3612명으로 140만 명 가까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다문화 학생이 많은 지역은 수도권으로, 경기와 서울이 각각 4만 8966명, 2만 388명으로 전체의 38%를 차지했다. 경남(1만 3465명)과 충남(1만 2591명), 경북(1만 2240명), 전남(1만 542명) 등 지역도 1만 명이 넘었다. 이들 지역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특정 지역·학교에 다문화 학생 ‘쏠림 현상’이 심화돼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경우 올해 다문화 학생 총 2만 399명 중 무려 27%(5581명)가 영등포·구로·금천구 학교를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다문화 학생 4분의 1 이상이 이들 3개 구에 몰려 있는 셈이다. 구로구 A초등학교의 다문화 학생 비율은 70.9%였으며 영등포구의 B초등학교 역시 70.8%에 달했다. 경기도에서는 안산(15%), 시흥(8.4%), 화성(6.8%)에 다문화 학생이 쏠렸다.
문제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다문화 자녀들이 많은 학교를 꺼리는 분위기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2021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경우 2015년 67.63점에서 2021년 71.39점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같은 기간 56.95점에서 52.27점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다문화 교육이 강화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다문화 학생에 대한 인식이 다소 나아지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인식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서울 관악구에 살고 있는 학부모 장 모(42) 씨는 “이주민 학부모는 정서가 달라 자녀 교육에 대한 생각도 다를 수 있고 다문화 학생 중에는 언어 문제로 말이 통하지 않거나 학부모로부터 방치돼 생활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의 자녀가 다문화 학생과 되도록 어울리지 않게 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교육부에 따르면 2021년 다문화 학생의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은 40.5%로 국민 전체 취학률 71.5%에 비해 31%포인트나 낮았다.
다문화 학생 교육 경험을 담은 책 ‘네 다리는 초콜릿 다리야’의 저자 박선아 소요초 교사는 “다문화 학생의 경우 언어 학습을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겠지만 다문화 이해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다수 다문화 가정은 자녀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업 관리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사회에서 많은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우영옥 이주사회통합정책연구소 소장은 “한국 부모들은 이주민의 아이와 함께 공부를 하면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거나 학생 간 갈등이 생기기도 해 점차 거주지를 옮기기까지 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는 학급당 한 명 정도 이주민 아이들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 대한 밀착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