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두 달 만에 '백코프로' 붕괴…거품 빠지는 2차전지

이달 들어 외국인 1571억 순매도

7거래일간 22% 뚝●황제주 반납

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도 10%↓

인버스 ETF에 전기차 악재 겹쳐

증권가 "당분간 주가 상승 쉽잖아"

에코프로 사옥. 사진 제공=에코프로에코프로 사옥. 사진 제공=에코프로




최근 증권가에서 2차전지 관련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거품론이 잇따르는 가운데 에코프로(086520)가 100만 원 아래까지 떨어지며 ‘황제주(주당 100만 원 이상에 거래되는 주식)’ 지위를 불과 두 달 만에 잃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전날보다 4.02%(4만 1000원) 하락한 98만 원에 마감했다. 에코프로가 100만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올 7월 27일(98만 5000원) 이후 처음이다. 에코프로는 7월 18일 111만 8000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황제주로 등극했다가 이달 들어서는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떨어진 탓에 결국 100만 원 선 밑으로 내려갔다. 에코프로가 9월 들어 이날까지 7거래일 동안 반납한 상승분만 22.04%에 달했다.




특히 외국인이 이달 들어 하루를 제외하고 연일 순매도를 이어가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7월과 8월 에코프로를 각각 1조 1552억 원, 8639억 원어치씩 사들이다가 이달에는 이미 1571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에코프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잔액 금액도 7월 26일 7435억 원(시가총액 대비 2.27%)에서 이달 6일 1조 5814억 원(5.66%)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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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대장주 격인 에코프로가 무너지자 다른 2차전지 테마주들도 대부분 7월 말 단기 고점보다 한참 싼 가격을 기록했다. 9월 1일부터 이날까지 에코프로비엠(247540)(10.63%), 엘앤에프(066970)(10.56%), 포스코퓨처엠(003670)(9.34%) 등이 10% 안팎으로 하락한 것을 비롯해 2차전지 주요 종목을 추종하는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도 8.78% 내렸다.

사진=이미지 투데이사진=이미지 투데이


2차전지주가 올 상반기 상승 랠리(강세장)를 펼치다가 갑자기 고꾸라진 것은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가격 인하 정책을 펼치면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데다 최대 수요처 가운데 하나인 중국마저 부동산 위기 등 경기 침체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 주가에 악재가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리밸런싱(재조정) 이후 호재성 재료가 소멸한 점, 최근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채택하는 전기차 업체들이 증가하는 점도 2차전지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으로 꼽혔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 반등을 이끌 특별한 기대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당분간 2차전지주의 조정 기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간 에코프로를 비롯한 2차전지주들의 상승 폭이 지나치게 컸던 만큼 추가적인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하나증권은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삼성증권은 ‘보유’ 의견을 내놓았다. 에코프로비엠에 대해서도 유진투자증권이 ‘매도’, 메리츠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각각 ‘보유’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나아가 2차전지 주가 하락을 염두에 둔 금융 상품까지 속속 등장하면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더 큰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당장 12일부터 2차전지 관련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1배 추종하는 KB자산운용의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iSelect ETF(상장지수펀드)’가 주식시장에 상장한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유럽 보조금 감소, 경기 부진에 따른 글로벌 전기차 판매 둔화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달은 예고됐던 2차전지 업황의 부진을 확인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 생산계획과 실적 추정치 상향 조정 등 특별한 변화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급등세는 분명 정상적인 움직임이 아니다”라며 “현 주가는 이미 2027년 이후 실적이 반영된 수준으로 당분간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성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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