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장관 교체를 단행했다. 앞서 지난달 22일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까지 포함한 이번 중폭 개각을 통해 국정과제의 이행을 가속화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 장관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문체부 장관에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 여가부 장관에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명하는 인선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번에 장관 3명을 동시 교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박보균 문체부 장관,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대통령의 인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정 공백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후임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현직 장관들이 업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이들의 사표를 당분간 수리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개각에 대해 “전문성, 책임성, 그리고 역사적 소명을 다할 수 있는지를 봤다”고 설명했다. 신 후보자는 예비역 육군 중장 출신으로 35년간 군에서 근무했다. 유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때 문체부 장관을 3년간 지냈다. 김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 여가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을 역임했다.
尹, 베테랑 전진배치해 국정동력 확보…개혁과제 고삐 죈다
[3개 부처 장관 동시교체]
배테랑 전진배치해 국정운영 안정감 강화
문책성 개각 통해 2년차 조직에 긴장감도
후보자들 논란에 "인사청문회 험난" 전망
윤석열 대통령이 3개 부처 장관을 동시에 교체하는 2차 개각에 나선 것은 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 운영의 고삐를 바짝 죄기 위해서다. 각종 논란을 빚고 국정과제 이행이 미진한 부처 장관을 교체해 2년 차 국정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다. 내년 4월 제22대 총선을 7개월 앞둔 상황에서 국정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을 전진 배치해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등 굵직한 국회 이슈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국정운영의 안정감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13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우리의 안보 역량을 견고하게 구축하고 국방 대계인 국방 혁신 4.0을 완성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소개했다. 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문화예술 현장에 대한 이해와 식견, 그리고 과거 장관직을 수행할 만큼 정책 역량도 갖췄다”고 말했다. 이어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뛰어난 소통 능력을 겸비해 전환기 여가부 업무를 원활히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후보자는 “군인다운 군인, 군대다운 군대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 후보자는 “국민의 삶의 질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가 하는 데 대해 문화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김 후보자는 “생명 존중이나 가족의 가치,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기획·집행하는 부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2차 개각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이뤄졌다. 현재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인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19개 부처 중 4개 부처(20%)에 대한 인적 쇄신이 이뤄지고 있다.
당초 2차 개각은 지난달 윤 대통령의 휴가 직후에 단행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시시각각 급변하는 북한 상황 등에 대응하느라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이달 말 추석 연휴와 10월 국정감사, 11월 정기국회 등을 앞둔 만큼 더는 개각을 미루기 힘든 상황이었다. 북러정상회담 등 동북아 안보 지형이 요동치는 가운데 야당이 국방장관 탄핵소추에 나서면서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핵소추된 국무위원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권한 행사가 정지되고 대통령은 장관 교체라는 인사권을 쓰지 못하는 ‘안보 공백’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 실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원내 지도부가 이종섭 국방부 장관 탄핵안을 신속하게 추진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 알고 싶다”며 측근에게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복심들을 각 부처 차관으로 전진 배치했던 6월 1차 개각과 달리 2차 개각은 전문성에 방점을 뒀다는 평가다. 국정운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신 후보자는 수도방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과 차장 등 야전과 정책 분야를 섭렵한 군 전문가다. 평소 ‘강군 만들기’ 등 정신 전력(戰力)을 강조해온 인물이다. 유 후보자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문체부 장관에 임명돼 2011년 1월까지 약 3년간 재직했다. 장관 퇴임 뒤에도 대통령실 문화특보를 지냈다. 유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로 이명박(MB) 정부의 장관 출신 인사가 장관이 되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여가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을 지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문책성 인사라는 말이 많지만 보통 1년 4개월 정도면 교체를 해왔다”며 “(국방장관 교체에) 해병대 채 모 상병 사안은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향후 인사청문회 과정이 험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 후보자는 여당 내에서도 강경 보수로 꼽히며 최근 육사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적극 지지한 바 있다. 유 후보자는 과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정치 편향적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연말께 정치인 출신 장관이 있는 부처의 3차 개각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정치인 출신 장관이 있는 부처는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외교부·중소벤처기업부·국가보훈부 등이다. 추석 연휴를 전후로 내년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대통령실 수석비서관·비서관들의 출사표도 점차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진복 정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의 차출 가능성이 점쳐진다. 주진우 법률비서관, 강명구 국정기획비서관, 강훈 국정홍보비서관, 전희경 정무1비서관, 서승우 자치행정비서관도 유력한 총선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