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간 만남에도 수 십분 지각하는 것으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는 이례적으로 30분 일찍 도착해 김 위원장을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장소인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낮 12시 30분께 도착했으며 김 위원장은 그로부터 30분 뒤 모습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기지 입구에서 검은색 방탄 리무진에서 내리는 김 위원장을 반갑게 맞이했다.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은 40초간 악수와 인사를 나누며 김 위원장을 환대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곳이 우리의 새로운 우주기지이다. 당신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바쁜 일정에도 초대해 줘 고맙다”고 화답했다. 이후 두 사람은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의 첨단 시설을 함께 둘러봤다.
푸틴 대통령이 그간 여러 정상회담에서 지각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이날의 ‘이른 도착’과 ‘기다림’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 4시간 15분, 2018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 2시간 30분 늦은 바 있다. 한국 정상들도 지각 왕을 경험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회담할 때 1시간 45분,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회담에서 2시간 가까이 푸틴 대통령을 기다려야 했다. 2018년 미국·러시아 정상회담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35분 늦었는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보다도 20분 더 늦게 도착해 회담이 1시간 정도 지연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반복된 지각’을 외국 정상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심리전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푸틴 대통령이 모든 만남 상대를 기다리게 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러시아·튀르키예 정상회담에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44초간 기다리게 했다. 2019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 위원장과 처음 북러 정상회담을 했을 때도 푸틴 대통령이 먼저 회담장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