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 개각과 자민당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정권 쇄신에 나섰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주요 인사의 보직을 유지하면서도 차기 당 총재 선거에 대비한 견제 장치를 강화한 게 특징이다.
13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전 당 임원회에 참석해 새 간부 인사를 승낙했다. 아소 다로 부총재와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 하기우다 고이치 정무조사회장 등 당내 핵심 파벌 인사들이 직을 이어간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요직인 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된 오부치 유코 의원이다. 오부치 의원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으로 유명한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차녀다. 2000년 정계에 입문해 내리 8선을 했으며 제2차 아베 신조 내각 때인 2014년 경제산업성 수장을 맡았다가 자신이 관여한 정치 단체의 허위 회계 의혹으로 물러났다.
일본 정계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포스트 기시다’로 언급되는 모테기 간사장을 견제하기 위해 ‘오부치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테기파 소속인 오부치 의원은 파벌 내 또 다른 유력 주자로 꼽힌다. 내년 9월 당 총재 선거에 주력하는 기시다 총리가 경쟁자의 출마를 어렵게 만들기 위해 ‘경쟁자의 경쟁자에 힘을 실어주는’ 전략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모테기파 출신 인사의 말을 인용해 “모테기 간사장이 파벌의 회장이 된 게 간사장 취임 이후로 아직 파벌 내 기반이 단단하지 않다”며 “지금도 ‘자기 파벌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사람이 총재 선거에 나가 이길 리가 없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새어나온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중의원(하원) 조기 해산을 염두에 두고 지명도가 높은 오부치 의원을 선거 시 자민당의 얼굴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요미우리신문은 해석했다.
개각에서는 각료 19명 중 13명을 교체하고, 여성 각료를 2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 이날 발족한 제2차 기시다 내각은 총리를 제외한 19명의 각료 중 11명이 첫 입각이며 여성 각료 수는 역대 최다였던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 2014년 아베 신조 내각 때와 같은 수준이다. 기존 내각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은 유임됐고, 저출산담당상과 법상을 지낸 가미카와 요코 의원은 외무상에 발탁됐다. 처음 입각한 쓰치야 시나코 부흥상, 가토 아유코 저출산담당상, 지미 하나코 지방창생담당상도 여성이다.
남성 중에는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고노 다로 디지털상,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사이토 데쓰오 국토교통상이 유임됐고,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상과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 다케미 게이조 후생노동상 등이 새로 합류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일본 정부의 정식 명칭인 ‘처리수’ 대신 ‘오염수’로 표현했다가 공개 사과한 노무라 데쓰로 농림수산상 자리를 대신 할 미야시타 이치로 중의원 의원도 첫 입각이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내각을 ‘변화를 힘으로 하는 내각’이라고 의미부여했다. 기시다 총리는 “우리나라의 안심과 풍요를 다음 세대에 전달해 가자"며 “변화를 기회로, 힘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