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기간 처방된 의약품 사후피임약이 약 3분의 1로 가장 많이 처방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후피임약 외에도 여드름, 탈모 등 부작용 위험이 높은 비급여 의약품 처방 비중이 절반을 넘어 입법 과정에서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4일 대한약사회는 "지난 6∼8월 진행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관해 약국 업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난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구글 폼을 통한 모바일 설문조사로 이뤄졌다. 대한약사회 소속 회원 중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 2만 7494명 중 1142명(응답률 4.2%)이 참여했다.
조사에 따르면 2개월에 걸친 시범사업 기간 동안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고 처방받은 약물 중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의약품 처방이 57.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사후피임약 처방이 34.6%로 가장 많았고, 여드름 치료제(24.7%), 탈모치료제(22.2%), 비만치료제(7.1%) 등의 순이었다.
약사들이 꼽은 시범사업 기간 느낀 애로사항은 '처방전 진위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30.3%로 가장 많았다. 환자 본인 확인·사전 상담 등 행정업무가 가중된다는 답변도 27.6%로 유사했다.
비대면진료 입법화를 위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우려되는 점으로는 '약 배달 확대'가 25.6%로 가장 많았다. '민간 플랫폼에 별점, 후기 등의 마케팅을 허용하는 것이 우려된다'는 답변은 24.9%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대한약사회는 처방전 위변조를 통한 약물 오남용이 우려된다며 약배달을 포함한 비대면진료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선 약국가에서는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진료가 허용될 경우 의약품 가격이 노출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동네약국들이 불리해지거나 대형 약국체인 역시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원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시범사업 기간에 비대면 조제가 없거나 월 15건 이하가 92.7%로 많지 않다. 시범사업도 계도기간을 제외하면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정확한 흐름을 알려면 적어도 6개월 이상 관찰이 필요하다"며 "일선 약국들이 비대면 조제에 따른 행정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으며 약배달 확대와 민간 플랫폼 업체의 과도한 마케팅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을 입법화 논의 과정에 충분히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