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 공급 업체 대표인 A 씨는 정부가 중소·벤처기업 디지털화 촉진 및 비대면 서비스 분야 육성 추진을 위해 국고보조금을 지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허위 업체 860개를 모집해 마치 서비스를 제공한 것처럼 속여 국고보조금 18억 9000만 원을 갈취했다. 서울 동대문구 소재 한 여행사 대표 B 씨는 2020년 3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직원들을 유급휴직 보내지 않았음에도 고용노동부에 고용 유지 지원을 신청해 3억 5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시민단체부터 일반 사업장까지 국고보조금 부정 수급 불법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혈세 누수를 막을 관리 감독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올해 6월 19일부터 이날까지 국고보조금 부정 수급 특별 단속을 벌여 총 156건, 385명을 검거했다. 단속 3개월여 만에 적발 금액이 1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예산 삭감 등 사실상 고강도 긴축에 들어가며 혈세 누수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경찰은 12월까지 강력한 국고보조금 불법행위 특별 단속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내년 예산안을 656조 9000억 원으로 편성하며 전년보다 2.8% 소폭 늘렸다. 문재인 정부가 연평균 약 9% 규모로 예산을 늘려온 점을 고려할 때 긴축재정이라는 평가다.
국수본이 분석한 불법행위 대표 사례는 국고보조 사업 부정 수급이다. 함양군은 2016년 지방재정법이나 조례에 지원 근거가 없는데도 ‘함양 산양삼 6차산업 사업단’이라는 명목으로 보조금 8억 3000만 원을 받아 사용했다. 사업단장은 이미 개발된 제품을 마치 신제품인 것처럼 허위로 작성해 국고보조금 3억 3000만 원을 편취했다.
실업급여 부정 수급도 여전했다. 세무사 C 씨는 경기 일산동부에서 2019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근로자 82명을 사업장에 고용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속여 국고보조금 12억 원을 가로챘다.
경찰의 특별 단속과 함께 국고보조금 부정 수급 방지를 위해 정부 역시 대응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외부 검증을 받아야 하는 보조금 사업의 금액 기준을 3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내리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을 시행하는 등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은 “제보와 수사 등 우발적 요인에 의존하는 보조금 부정 수급 적발 제도의 허점을 제거해야 한다”며 “부정 징후가 포착되면 반드시 조사해야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