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011200) 매각 유찰에 대비하기 위해 HMM과의 경영 약정 갱신 결정을 두 달 미루기로 했다. 현시점에서 HMM 매각 작업이 유찰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제기되는 인수 후보자들의 자금 동원 능력에 대한 의구심과 맞물려 주목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해진공은 ‘경쟁력 제고 방안 이행약정’ 종료 결정 시점을 두고 HMM과 협의하고 있다.
해진공과 HMM이 2021년 맺은 경영 약정은 올해 연말이 종료지만 3개월 전 계약종료에 관한 통지가 없을 경우 매년 자동 연장된다. 올해는 이달 말까지 방침을 정해야만 한다.
다만 현재 HMM에 대한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영 약정 갱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마지노선을 이달 말에서 11월 말로 미루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HMM이 매각되면 약정을 해제하는 것이 맞겠지만 아닐 경우 (약정을 푼 뒤) 그냥 두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매각 작업에 변수가 많다. 11월 말께 상황이 정리된다고 보면 그때 봐서 풀지 말지 정하는 안에 대해 해진공이 HMM과 협의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은 HMM 매각에 대한 정권 차원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 업황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어 매각 타이밍을 놓치면 산업은행 관리 체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지난해 1월 5000을 넘었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현재 1000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HMM 주가는 올 들어 11%가량 하락해 원매자 입장에서만 보면 부담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 ‘빠른 매각이 최선’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하림(136480)과 LX·동원의 자금 동원 능력을 이유로 매각 작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분석이 끊이지 않는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아주지 않으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며 “이번 HMM 매각은 결국 깨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수 후보들은 자금 확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림은 자산 유동화를 비롯해 충분한 자금을 마련해 HMM의 12조 3000억 원에 달하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빼쓰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동원그룹의 HMM 인수 자금 확보를 도울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에 관해 동원이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이 많아 스스로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