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시는 아메리카노는 언제 처음 나왔을까. 지금의 스타벅스는 어떻게 여러 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신간 ‘커피가 묻고 역사가 답하다’는 커피의 탄생, 성장, 재배뿐만 아니라 커피의 역사, 문화 등을 다룬 책이다. 따지고 보면 매일 한 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많지만 지금 마시는 커피가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 아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책은 이같은 독자를 겨냥해 커피를 둘러싼 호기심을 시원하게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책의 상당 부분은 프랑스혁명, 미국독립전쟁, 나폴레옹전쟁, 산업혁명, 두 차례의 세계대전 등 역사 속에서 커피의 역할을 다룬다. 그 중 커피가 바꾼 나비효과의 사례로 저자는 미국 대통령 링컨을 꼽았다. 링컨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아내 메리와 함께 살고 있었다. 메리는 잔소리가 많은 스타일이었다. 잔소리가 통하지 않으면 물건을 던지기까지 했다. 어느 날 커피를 마시던 링컨에게 메리는 잔소리를 퍼부었고 링컨은 묵묵히 듣고 있었다. 화가 난 메리는 커피를 링컨 얼굴에 부었다. 그날 이후 링컨은 집을 나와 여러 도시를 돌며 변호사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링컨이 명성을 얻었고 대통령 출마로 이어졌다. 메리가 링컨에게 커피를 쏟지 않았다면 링컨은 스프링필드에 계속 살았을지 모른다.
저자는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아메리카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탄생했다고 설명한다. 전쟁으로 커피 가격이 불안해지자 미국인들이 적은 양의 커피에 물을 많이 섞어 마시기 시작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 묽은 커피를 찾으면서 아메리카노가 나왔다는 것이다. 커피는 산업혁명의 진행을 돕는 촉매제 역할도 톡톡히 했다. 노동의 피로를 술로 달래던 노동자들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커피의 각성효과로 노동시간이 길어졌다. 음주로 인한 산업재해도 줄었다. 사고가 줄고 생산은 늘면서 이익이 증가했다. 노동자와 자본가 모두 커피를 반기면서 산업혁명의 진행을 도왔다는 분석이다.
커피 문화의 측면에서는 스타벅스를 빼놓을 수 없다. 스타벅스가 나오면서 커피를 음료에서 향유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집이나 직장에서 싼 커피를 마시는 데서 벗어나 카페에서 우수한 품질의 커피를 마시며 사람들을 만나는 것으로 변화했다. 저자는 “한국에서도 자신이 선호하는 커피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예약카페, 커피 오마카세 문화가 등장했다”며 “단순한 음료를 넘어 모두가 즐기는 친숙한 문화가 된 커피가 어떻게, 어디까지 발전할지 궁금하다”고 말한다. 1만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