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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에 물리면 피부염증·쇼크…세계 최강 침입종에 지구촌 '공포'

악명 높은 외래 침입종 붉은불개미. 연합뉴스악명 높은 외래 침입종 붉은불개미. 연합뉴스




남미산 붉은불개미(red fire ant)가 영토를 넓혀 전 세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침입 능력이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피해 유발도 큰 이 개미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유럽에도 정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개미는 한 세기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남미를 벗어나 미국, 멕시코, 카리브해는 물론 중국, 대만, 호주에도 침입해 정착했다. 붉은불개미가 침입한 뒤 퇴치에 성공한 국가는 뉴질랜드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페인 진화생물학연구소(IBE) 연구팀은 12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시라쿠사시 인근 강 하구와 공원 등 4.7㏊(헥타르)에서 88개의 붉은불개미 둥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유전자 분석 결과 이 붉은불개미 군집은 중국 또는 미국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유럽 도시 지역의 절반이 붉은불개미 서식에 적합한 것으로 분석돼 앞으로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붉은불개미 원산지(녹색 점)와 침입해 정착한 지역들(붉은 점). 연합뉴스붉은불개미 원산지(녹색 점)와 침입해 정착한 지역들(붉은 점). 연합뉴스


논문 교신저자인 마티아 멘체티 IBE 연구원(박사과정)은 "이 지역 주민들은 적어도 2019년부터 붉은불개미에게 물렸다고 말한다"면서 "이 개미들은 상당 기간 이 지역에서 서식했고 실제 확산 범위도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미가 원산지로 학명이 '솔레놉시스 인빅타'(Solenopsis invicta)인 붉은불개미는 세계 각지로 빠르게 퍼지면서 현재 여러 국가에서 생태계와 농업, 인류 건강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래 침입종으로 꼽히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전에 스페인, 핀란드, 네덜란드 등에서 수입 제품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적은 있지만 대륙 내 정착이 확인된 적은 없었다.

연구팀은 붉은불개미는 외래 침입종 중 피해 유발 규모가 5번째로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붉은불개미에게 물리면 심한 자극과 통증, 피부 염증과 알레르기 반응은 물론 아나필락시스(과민성) 쇼크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붉은불개미 둥지 88개가 발견된 곳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시라쿠사시 교외에 있는 강 하구와 자연공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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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 지역은 외부와 차단된 고립된 곳으로 붉은불개미가 처음 진입한 곳일 가능성은 작다며 붉은불개미가 유입된 곳은 인근 시라쿠사시의 상업 항구같이 사람의 활동이 많은 곳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유럽 지역의 붉은불개미 서식 적합(G) 및 2050년 전망(H). 연합뉴스유럽 지역의 붉은불개미 서식 적합(G) 및 2050년 전망(H). 연합뉴스


이어 여왕개미 유전자 분석 결과 이 지역 붉은불개미들은 남미가 아니라 중국이나 미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유입 경로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어 시칠리아의 바람 패턴을 분석해 붉은불개미가 어떻게 확산할 수 있는지 조사하고, 종합 모델을 만들어 다른 유럽과 지중해 지역이 붉은불개미 서식에 얼마나 적합한지, 향후 기후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현재 붉은불개미 서식에 적합한 지역은 유럽 대륙의 약 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유럽 도시 지역의 절반은 이 개미의 서식에 기후적으로 적합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파리와 런던, 바르셀로나, 로마 등 대도시도 붉은불개미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개미는 개체수가 많고 공격성이 강해 주민들의 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항구로 밀접하게 연결된 지중해 연안 도시들은 붉은불개미 유입에 가장 적합한 환경이라며 기후변화 요인까지 고려하면 붉은불개미가 유럽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시나리오는 훨씬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동연구자인 로저 빌라 박사는 "붉은불개미 위협을 관리하려면 이들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하기 전에 조기 발견해 대응할 수 있는 조율된 노력이 필수적"이라며 붉은불개미 모니터링을 더 넓은 지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우리나라에도 지난달 28일 부산항 자성대 부두에서 붉은불개미 150여마리가 발견돼 긴급방제에 나선 바 있다.

방역당국은 반경 50m를 방제 구역으로 설정하고 부두 전체에 개미 포획기 800여개를 둬 역학조사와 소독작업을 실시했다.

붉은불개미는 세계자연보존연맹이 선정한 세계 100대 악성침입외래종이다.


김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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