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금융위원장의 ESG 금융추진단 비공개 회동…외국인, 韓 기업 투자 회수하나 [선데이 머니카페]

3차 공식 회의 전 비공개 오찬

참석자들 "대기업도 준비 부족"

회계업계 “주요 기업 ESG 정보

대외 발표 중 유예해도 타격 無”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3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개막식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23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개막식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5년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의무화를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1년 유예론은 기본이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4년까지 늦춰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ESG 금융 추진단 소속 일부 기업·기관임원진과 비공개 오찬 자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면서 정책적 결정을 앞두고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해외 투자자의 주요 투자 지표 중 하나가 ESG인데 공시 의무화 일정을 연기할 경우 국내 기업에 타격이 오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회계 업계에서는 “ESG 공시를 1년 유예해도, 당장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 지배적입니다.


ESG 금융 추진단과 비공식 오찬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지난 13일 광화문 인근 한정식집.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ESG 금융 추진단 소속 일부 기업·기관 임원진이 모였습니다. ESG 금융 추진단은 민관 합동 회의체로 관련 금융정책을 총괄 논의하는 기구입니다. 올 초 첫 회의를 열고 8월 중순 3차 회의를 할 계획이었지만 회의 개최를 며칠 앞두고 돌연 취소 후 현재까지 공식 회의를 열지 않고 있습니다. ESG 금융 추진단 회의를 주재하는 건 김소영 김융위 부위원장입니다. 김주현 위원장이 이들을 직접 만나는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정책적 결정을 앞두고 전문가 의견을 취합하는 자리라는 전언입니다.

참석자 다수 “기업 준비 미비, 시간 더 줘야” 유예 지지


업계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이날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기존 2025년에서 2026년으로 1년 유예하는 안과 기업의 준비 수준, 로드맵 발표 시기, 공시 기준 등을 주로 논의했습니다. 특히 참석자 다수는 “기업 준비가 미비한 만큼 ESG 공시를 유예하는 게 맞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대기업도 기존 계획을 두고 올해부터 준비해 2025년부터 공시를 시작하는 게 아니라 2025년부터 대비를 하라는 취지로 오판했다는 취지였습니다. 오찬 자리에서 “준비 시간은 충분했으니 시장의 불확실성을 잠재우기 위해 로드맵 발표를 서둘러야 한다”고 반박한 참석자는 일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특정한 입장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상의 “최소 1년 이상 연기, 2~3년 책임 면제해야”…경총 “3~4년 늦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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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100개사 담당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최소 1년 이상 연기하고 2~3년 책임 면제 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답변이 56%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0일 ‘ESG 공시 의무화를 최소 3~4년 늦춰야 한다’는 입장을 금융위·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제출했습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코스피 상장사 중 자산 2조 원 이상 기업부터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해 2030년에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2021년 1월 14일 발표했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가 이달 안에는 ESG 공시 로드맵을 발표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안다”며 “기재부와 산업부 등 부처 간 의견이 엇갈리고 업권 간에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2025년 ESG 공시 공표했는데…외국인 투자자 설득 명분에 골머리


재계가 유예를 재차 강조하는데도 금융위가 선뜻 결론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외국인 투자자 때문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정부 당국은 ESG 공시 의무화 1년 유예를 두고 해외 투자자가 납득할 만한 근거를 만드는 데 깊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ESG 금융 추진단 관계자는 “금융 당국은 2년 전부터 2025년 ESG 공시 의무화 방안을 대내외적으로 공표했다”며 “본격 시행을 1년여 앞두고 연기하게 되면서 ESG를 핵심 투자 지표로 삼는 해외 투자자를 어떻게 설득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회계 업계 “외국인 투자 영향 미미…대기업 ESG 정보 이미 공유”


일각에서는 ESG 공시 일정을 유예하면 투자 시 ESG 지표에 비중을 많이 두는 외국인 투자자가 떠날 것을 우려합니다. 업계에서는 기우라고 일축합니다. 회계업계 고위 관계자는 “외국인이 주로 투자하는 국내 대기업은 지속가능성 보고서 등 글로벌 기준에 맞춰 ESG 정보를 자체 발표하고 있다”며 “외국계 금융투자 업체들은 해당 자료에 기반해 글로벌 ESG 투자를 집행하는 중으로 공시 일정이 늦춰져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글로벌 ESG 공시의 주요 축 중 하나인 미국의 ESG 공시 기준 발표가 늦어지는 점도 당국의 속도 조절 배경 중 하나로 꼽힙니다. 폴 문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국장은 지난달 17일 한국회계기준원의 국제 지속가능성 보고 세미나에서 “올 4분기 ESG 공시 기준 확정안 발표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구체적인 공시 일정과 방식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고만 언급했습니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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