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스미스씨, 증조할아버지는 1921년에 근무했네요"…역사에 ‘진심’인 英금융

영국 런던 로이즈 본사에 전시된 로스 북(Loss Book). 1744년부터 쓰인 로스 북에 2023년 7월 4일 발생한 스페인 선박 사고가 기록돼 있다. 사진=조윤진 기자영국 런던 로이즈 본사에 전시된 로스 북(Loss Book). 1744년부터 쓰인 로스 북에 2023년 7월 4일 발생한 스페인 선박 사고가 기록돼 있다. 사진=조윤진 기자




“역사는 미래의 지식이 될 수 있는 만큼, 우리는 결코 과거를 가볍게 보지 않는다.”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홍콩상하이은행(HSBC) 본사, HSBC에서 기록물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티나 스테플즈(Tina Staples)는 “예컨대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과거 HSBC에서 어떤 일을 했나요?’와 같은 질문에도 HSBC는 대답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1865년 홍콩에서 첫 영업을 개시한 이래 15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HSBC는 런던과 홍콩, 뉴욕, 파리 등에 기록관을 두고 현재까지 HSBC의 모든 역사를 담아내고 있다.

티나 스테플즈 영국 HSBC 기록물 관리 책임자가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HSBC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HSBC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윤진 기자티나 스테플즈 영국 HSBC 기록물 관리 책임자가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HSBC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HSBC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윤진 기자



템즈강을 따라 금융중심지 ‘더 시티’에서 차로 15분 가량 떨어진 곳에 금융신도시 ‘카나리워프’가 생기면서 씨티은행, 바클레이즈 등을 비롯해 HSBC도 이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겼지만, HSBC가 말하는 ‘정신(Sprits)’은 변함 없이 이어지고 있다. 티나는 “1865년 홍콩에서 첫 영업을 할 때 스타트업처럼 세를 들었던 건물이 현재는 그 자리 그대로 HSBC 건물이 됐다”며 “그 건물은 HSBC의 자랑이자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건물”이라고 말했다. 변함 없이 자리를 지킨 홍콩 본사처럼 1860년대 계좌를 연 기업 역시 아직까지도 HSBC의 고객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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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로이즈 본사 사무실층에 전시된 루틴벨(Luthine Bell). 사진=조윤진 기자영국 런던 로이즈 본사 사무실층에 전시된 루틴벨(Luthine Bell). 사진=조윤진 기자


역사를 금융기관의 주요 가치 중 하나로 꼽고 기록에 열중하는 건 세계 최대 보험 마켓 로이즈(Lloyd’s)도 마찬가지다. 17세기 대항해시대, 배가 바다에 빠지면 손해를 볼 것을 우려한 선주들과 ‘손해가 나면 물어줄 테니, 이익이 나면 일부를 달라’는 귀족들 간의 계약, 즉 보험 계약이 오가던 ‘로이즈 커피하우스’에서 탄생한 로이즈는 1744년부터 지금까지 매일 ‘로스 북(Loss Book)’을 수기로 작성하고 있다. 로스 북은 그날그날의 주요 해상 사고를 기록한 책으로 1912년 타이타닉 침몰, 2014년 세월호 참사 역시 이 책에 적혔다.

1912년 타이타닉 침몰 사고(왼쪽)와 2014년 세월호 참사(오른쪽)이 영국 런던 로이즈사 로스북에 기록된 모습. 사진=조윤진 기자1912년 타이타닉 침몰 사고(왼쪽)와 2014년 세월호 참사(오른쪽)이 영국 런던 로이즈사 로스북에 기록된 모습. 사진=조윤진 기자


꾸준한 기록과 역사의 보존이 곧 보험 산업의 신뢰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로이즈 본사 투어를 맡은 코리안리 관계자는 “1799년 100만 파운드어치 금을 잔뜩 실은 영국 로얄 함선 루틴호가 좌초됐을 때 발생한 대규모 손실을 로이즈가 계약에 따라 전액 보상한 사건은 회사가 신뢰와 명망을 쌓게 된 계기가 됐다”며 “이에 로이즈는 1858년 이 배에 실려 있던 종 ‘루틴벨’을 건져 올려 본사에 설치해뒀다”고 말했다. 실제로 본사 사무실층 한 가운데 설치된 루틴벨은 현재 루틴벨을 둘러싸고 테이블마다 자리 잡은 보험사들에 신뢰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런던=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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