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일본에 갔는데 우연히 ‘린&버터스’의 바버 쇼를 보게 됐습니다. 그때 쇼를 보기 위해 수천 명이 모이는 걸 보고 리우젤을 들여오기로 결심했죠.”
최영환 리우젤코리아 대표는 1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리우젤(REUZEL)은 네덜란드에서 50년 넘게 바버숍을 운영해온 2명의 이발사가 창업한 남성 헤어 전문 브랜드로 현재 전 세계 75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창업주인 린과 버터스는 전 세계를 순회하며 바버 쇼를 여는데, 수많은 뷰티 업계 종사자들과 팬들이 몰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리우젤코리아는 2017년 국내 처음으로 ‘그루밍 토닉’을 들여오며 남성 헤어 뷰티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당시 왁스나 포마드 등 제품은 시중에 많았지만 그루밍 토닉은 바버숍에서만 ‘해외 직구’로만 구매할 정도로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루밍 토닉은 바버숍에서 포마드로 헤어스타일을 고정하기 전, 자연스러운 볼륨감을 살리기 위해 주로 활용하는 제품이다. 최 대표는 “그루밍족이 크게 느는 걸 보고 한국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지만 2017년까지만 해도 국내에 바버숍이 5곳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 때문에 처음 제품을 들여왔을 때는 월 100만 원 정도의 매출밖에 올리지 못했다고 최 대표는 전했다. 그것도 대부분은 바버숍에서 도매로 구매하는 것이었다. 최 대표는 “서구권에서는 수염을 기르는 남성이 80% 정도나 돼 용도에 따라 헤어 제품이 세분화·전문화돼 있지만, 국내서는 당시만 해도 머리 손질에 큰 돈을 쓴다는 게 생소한 분위기였다”며 “해외에서 유학하다가 돌아온 젊은 남성들이 그루밍 토닉을 반기는 모습을 보고 ‘잘 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하며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남성 헤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남성 뷰티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 640억 원에서 지난해 1조 923억 원으로 성장했다. 커트 비용이 평균 4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바버숍이 인기를 끄는 등 그루밍족의 꾸밈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머리 손질 시간이 20~30분 내외인 미용실과 달리, 바버숍은 1시간 이상 손님에 집중하며 세심한 손길로 만족할 만한 헤어스타일을 구사해준다는 점이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최 대표가 리우젤 제품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소개할 창구는 마땅치 않았다. 그가 택한 방법은 올리브영의 상생 제휴 프로그램이었다. 올리브영 MD와 2~3개월간의 상담 과정을 거친 끝에 리우젤은 첫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할 수 있었다. 최 대표는 “사람들로부터 입소문을 타며 브랜드 인지도를 천천히 쌓아가는 방법도 있지만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올리브영은 MD가 상품을 직매입해 매대를 책임지고 제품 설명과 마케팅 문구까지 관리해주는 시스템이라 믿고 맡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9년 10월 처음 매장에 입점한 리우젤 그루밍 토닉은 입소문이 타면서 지난해 말까지 3년 만에 1200여개 전 매장에 입점했다. 론칭 이듬해인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이 연평균 116%씩 성장하며 지난해 6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85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판매처도 다변화해 현재는 열리브영은 매출 비중이 60% 수준이고, 나머지 40%는 다양한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타투 스킨 제품도 새로 들여오며 제품군도 넓혔다.
그루밍 토닉이 큰 인기를 끌자 다슈, 그라펜 등 후발주자들도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2019년 리우젤에서만 선보였던 그루밍 토닉은 올해 상반기 기준 취급 상품 수가 32개로 늘었다. 지난해 올리브영의 그루밍 토닉 카테고리 매출은 2년 전 대비 10배가량 급증했다.
최 대표는 현재 5년 내 연매출 500억 원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에서도 남성 뷰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곳에 리우젤 제품을 재포장 수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한국을 리우젤의 아시아 허브로 키우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에 리우젤 제품을 들여와 베트남 등 동남아로 재포장 수출하기 위해 본사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