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5조원 가치 눔 정세주 창업자 “이민자라서 가능했다…불편함 곧 기회” [정혜진의 Whynot 실리콘밸리]

불편함이 곧 사업의 기회

K파워로 뉴욕 생태계도 꿈틀

새로운 혁신 위해 CEO 위임

IPO는 시장 열리면 자연히 기회 올 것

정세주 눔 창업자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정혜진 특파원정세주 눔 창업자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정혜진 특파원





“이민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게 많았습니다. 이민자로 처음 오잖아요. 다 불편합니다. 바꿔 말하면 그 불편함이 우리에게는 기회입니다. 이들에게는 ‘커먼 센스(일반 상식)’인 부분이 우리에게는 ‘왜 자원도 많고 교육도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불편하게 살까’ 의문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불편함을 나은 경험으로 푸는 데서 기회가 나옵니다.” (정세주 눔 창업자 겸 의장)

뉴욕을 기반으로 하는 스타트업 중 최고의 기업 가치로 평가된 헬스케어 스타트업 눔(Noom). 지난 2021년 평가된 기업가치가 37억 달러(약 4조9000억원)에 달했다. 2007년 연고 하나 없는 뉴욕에서 무작정 사업을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정세주 눔 창업자는 이민자였다는 것이 오히려 창업에 있어서 큰 기회와 자산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민자들이 불편함을 기회로 만드는 데는 미국이 가진 인프라가 큰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정 창업자는 15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코리아이노베이션센터(KIC) 실리콘밸리,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가 진행한 K-DAY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미국이 기회의 땅이라는 것을 체감한 것은 이민자도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좋은 투자자를 만날 수 있고 성역이 없다는 점”이라며 “이들은 제 아이디어를 사는 거지 제 영어를 사는 게 아니다”라고 교훈을 전했다.

뉴욕 스타트업 생태계의 1세대로 꼽히는 그는 최근 뉴욕에서 달라진 K-파워를 감지한다. 지금이 K-스타트업 생태계가 확대될 기회라고 보고 다음 달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을 프라이머사제 파트너스 등과 공동으로 연다. 이 자리에는 정 창업자를 비롯해 나스닥 상장사를 일군 팀 황 피스컬 노트 창업자, 개방형 지적 재산권(IP) 인프라 스타트업 스토리 프로토콜 창업자와 함께 한국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를 나눈다.


다음은 정 창업자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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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원래 공식석상에서 만나기 힘든 분이었는데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 = 맨해튼 거리를 다니다보면 한국의 못난이 핫도그, 떡볶이를 길거리 음식으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김밥 천국에 해당하는 델리에는 불닭볶음면과 라면 조리 기계가 있어요. 고등학생들이 수업 끝나고 와르르 나와 한국의 분식 메뉴들을 먹습니다. 트레이더조의 냉동 김밥의 완판 소식에도 놀라지 않은 이유였습니다. 미국 뉴욕의 애토믹(Atomic)이라는 식당을 들어보셨나요. 한식을 파인다이닝 코스로 소개하는 데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반응하고 뉴욕 맨해튼의 아이코닉한 건물인 록펠러 센터에도 초청을 받아서 입주했습니다. 심지어 배달 앱인 도어대시 카테고리에 한식이 자리하고 일상에 한식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이나 한국 문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으로 창업 생태계에서도 한국의 영향력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 실리콘밸리 창업 생태계는 익숙하지만 뉴욕 생태계는 생소한 측면이 있습니다. 뉴욕 스타트업 생태계의 자랑 좀 해주세요.

  • = 실리콘밸리는 전 세계의 혁신을 리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서울로 치면 여의도로 비유될 수 있을 정도로 균질적인 공동체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기술 혁신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죠. 반면 사용자의 대부분은 뉴욕에 있습니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다 보니 뉴욕이 트렌드를 세팅합니다. 유럽과도 5시간이면 충분히 갈 정도로 맞닿아 있고 영국 런던에서 뉴욕으로 오는 비행기는 20분마다 뜹니다. 트렌드를 보는 시범 무대죠. 사람이 많이 몰리는 매력적인 도시라면 혁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여지가 있습니다. 제가 눔을 뉴욕에서 창업한 이유도 뉴욕이라는 도시의 매력 때문입니다.



/WSJ 갈무리/WSJ 갈무리



  • - 최근에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내려왔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역할을 하시나요.

  • = 사업을 오래했습니다. 올해가 18년째고요. 회사가 사이즈가 커졌다 보니 직원 수도 1000명이 넘어가고 매출도 7000억원을 넘어 섰습니다. 조 단위의 기업 가치를 평가 받는 상황에서 하루하루 오퍼레이션의 중압감이 달라집니다. 바로 혁신가의 딜레마(Innovator's Dilemma)에 빠지기 쉬운 부분입니다. 후지가 당시 카메라 필름 시장을 다 장악했는데 1등을 유지해야 하다 보니 신사업을 투자할 여력이 없어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도태된 것과 같은 것이죠. 눔도 혁신으로 업계 1위를 했지만 또 다시 혁신하기 위해서는 창업자의 DNA가 필요한 때입니다. 저는 이제 주주 관리, 주식 관리, 인수 합병 등 다양한 분야에 집중할 때가 왔습니다. 좋은 회사를 보는 눈도 생기고 계속해서 혁신가로 남기 위해 CEO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 - 새로 CEO를 물색하는 데 고심을 많이 하셨겠어요.

  • = 고민이 많았죠. 1년 넘게 걸렸습니다. 사업만 하던 분을 모셔왔습니다. 새로운 CEO를 선임했다는 소식이 월스트리트저널(WSJ) 1면에 실리더라고요. 우리 회사가 정말 커졌구나 싶었습니다.




  • - 회사의 혁신의 방향은 어디로 향하고 있나요.

  • =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을 항상 ‘전인적(Holistic)’이라고 말합니다. 건강 관리를 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데 대부분 그렇지 않았을 때 자기를 탓합니다. 정보도 너무 많은 게 오히려 혼란스러울 때가 많고요. 저희는 조그마한 작은 선택에 집중합니다.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건강을 도모할 수 있을까’에 골몰할 때 다섯 가지가 중요합니다. △건강한 습관 △활동량 △스트레스 관리 △휴식 관리 △대인 관계인데요. 현대인을 보면 헬스를 열심히 해서 몸은 좋지만 회사에서 관계가 좋지 않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건강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작은 습관들에서 시작해 고루 건강을 위해 관리하면 건강한 삶을 영위하게 됩니다. 다만 시간이 걸립니다. 저희는 이렇게 말합니다. “천천히 바꿔라. 최소 4개월은 봐라.”




  • - 스마트워치 전성시대입니다. 눔에게는 이 같은 흐름이 좋은 영향을 미치나요.

  • = 그럼요. 이용자들이 생체 정보에 접근하는 게 굉장히 쉬워지잖아요. 고급 생체정보를 갖고 있으면 이를 통해 얻게 되는 건강 단서도 훨씬 많아집니다. 저는 이제 혁명적인 변화가 올 타이밍으로 봅니다. 혈당의 주성분인 글루코오스(포도당을 형성하는 당분의 일종)를 체크할 수 있으면 혁명적인 생체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건강한 삶에 다가가는 일에 더욱 혁명적인 변화가 올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이렇게 돌아볼 수도 있어요. “우리가 멋모르고 슈거 칼로리 폭탄을 먹었지” 하고요.




  • -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감도 큽니다. 시점을 혹시 예상하는 때가 있나요.

  • = 저희의 기업 사이즈가 커지다 보니 상장사가 되는 건 맞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IPO는 단 한 번의 기회입니다. 한 번 했을 때 잘 해야 하는 데 기초 체력도 준비돼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이 가장 호의적일 때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IPO 한다고 게임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히말라야 산맥을 정복할 때도 체력도 키우고 리허설도 몇 번을 완벽하게 해도 당일에 바람이 불고 먹구름이 끼면 오르지 못하잖아요. 가끔 IPO 목표 때문에 무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무리했을 때 내부적으로 문화가 깨지고 회사가 가치를 잃는 경우를 봤습니다. 저희는 매출, 영업익, 보유 현금 밸런스 보면서 두루두루 성장하고 있습니다. 곧 시장이 열리지 않겠습니다. 이 말로 갈음할게요. 워렌 버핏이 한 말인데요. “수영장에 물이 빠지는 순간 누가 옷을 벗고 있는지 알게 된다.” IPO 시장이 열리면 내실있게 성장한 기업을 찾을 겁니다.


  • - 습관 형성에 기여하는 기업의 창업자로서 독자들에게 말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을까요.

  • = 우리 모두 1월 1일 좋은 마음으로 새해 목표를 잡잖아요.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오늘 안 됐다고 해서 포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일 다시 새로운 날이니까 포기하지 마세요.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직원들에게는 또 하나 말하는 게 있어요. “불안은 밤에 하라, 낮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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