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보통’의 사람들을 그린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암에 걸린 20대 청년. 헌병대 탈영 체포조에서 부조리를 목격하는 남자. 김보통(41) 작가는 2013년 웹툰 ‘아만자’로 데뷔한 이래 무수한 일상 속 ‘보통’을 포착해온 인물이다. 17일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 부천국제만화축제에 참여한 그를 만났다. 매체 인터뷰에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 온 그는 마스크를 쓰고 인터뷰에 응했다.
김보통 작가도 30대 초반까지 회사를 다니던 보통의 사람이었다고 한다. “대리를 진급하면 급여가 뛰잖아요. 이러다가 회사를 평생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 두게 됐죠.” 정부 지원에 힘입어 웹툰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시절이어서 회사를 그만 두고 로스쿨을 준비하던 김보통 작가에게도 데뷔의 기회가 왔다. 만화가의 삶을 잠깐 이어나갈 것이라는 생각에 필명인 ‘김보통’도 단순하게 지었지만, 그의 이름은 10년이 넘는 작품 세계를 함축하는 단어가 됐다.
그는 자신의 작품 ‘D.P 개의 날’을 영상으로 옮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각본을 공동 작업했다. 최근 막을 내린 ‘D.P’ 시즌 2에 대해서는 “(시즌 1처럼) 준호와 호열이가 탈영병을 잡고 호열이를 제대시킨 후 후임이 들어오는 걸로 가는 게 안전한 선택이었겠지만 매력적이지 않게 느껴졌다”면서 “논의의 스케일을 키워 이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징병제를 만들어낸 국가는 책임이 없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달부터는 네이버웹툰에서 ‘D.P’의 후속작인 ‘SPT-박쥐의 날’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김보통 작가는 “이번에는 안준호가 부사관이 되어 대테러부대에 간 후 어떤 VIP를 보호하게 된다”면서 “밤과 아침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책을 쓰고 연출에도 도전하는 등 여러 일을 병행했던 그이지만 앞으로는 ‘지속 가능한 작업’을 꿈꾼다. 작가들이 의견을 교류하면서 작품을 집필하는 ‘라이터스 룸’ 방식의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 타이거를 이끌면서 내년에는 작품 4개를 론칭할 예정이다. 작품들은 모두 드라마나 영화로 영상화가 예정돼 있다.
최근 미국 대형 에이전시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CAA)와 계약을 맺기도 한 그는 “라이터스 룸 체계가 자리 잡으면 미국 제작사와 일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웹툰은 기본적으로 시각화 돼 있는 콘텐츠이다 보니까 영상화 작업이 용이하다”면서 “외국에서도 한국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다. 외국 제작사와 통역과 함께 회의하면서도 ‘영어를 못 하는데 괜찮느냐’고 물었더니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앞으로 작가 김보통이 그리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영화 ‘우나기’가 경지에 오른 영화라고 생각해요. 사소한 인물들이 모여 만든 사소한 사건들이 얽히지만 결말에서는 관객에게 자양분을 남기죠. 그런 작품들이 그 감독님을 상징하는 것처럼 저도 언젠가는 김보통의 이야기를 능숙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