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의 계절이 도래하면서 국내외 제약사들이 백신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오는 20일부터 본격적인 독감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3년 만에 독감 백신 생산을 재개했고 일양약품도 국가예방접종(NIP) 입찰에 성공했다. 해외 제약사들은 ‘프리미엄’을 내세우며 시장에 가세했다. GC녹십자는 국내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영업·마케팅에 분주하다.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15일 기준 출하된 독감 백신은 2007만 6706명 분이다. 앞서 식약처는 올해 NIP 1121만 명분을 포함한 독감 백신 2700만 명분이 출하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미 절반 이상이 출하된 셈이다.
1차전인 NIP 시장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가장 많은 물량인 242만 도즈(1회분)를 가져갔다. 뒤를 이어 사노피가 200만 도즈, 한국백신 175만 도즈, 녹십자 174만 도즈, 일양약품 170만 도즈, 보령바이오파마 160만 도즈 순으로 입찰에 성공했다. 지난해 1원 차이로 NIP를 놓친 일양약품이 최저가로 낙찰을 받았고 사노피는 수입 백신 중 유일하게 독감 접종 사업에 참여했다.
업계의 관심은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한 민간 백신 시장이다. 각 병의원과의 협의 아래 백신이 공급되기 때문에 제약사의 영업·마케팅 역량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코로나19 백신으로 독감 백신 생산을 2년 동안 중단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포배양 방식의 장점을 내세워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스카이셀플루 백신은 유정란을 활용하지 않아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안전하게 접종이 가능하다. 유정란으로 바이러스를 배양 증식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이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된다는 설명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부재에 독주체제를 구축했던 녹십자는 적극적인 시장 공세가 필요해졌다. NIP 공급하기로 했던 256만 도즈를 민간 시장에 풀 가능성이 크다. GC녹십자는 유정란 배양 백신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된 지씨플루를 지난달부터 출하했다. GC녹십자 원액을 사용해 생산하는 한국백신 코박스플루4가PF주 제품도 6월부터 공급되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전 세계 독감 백신의 85%가 유정란 유래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80년 이상 사용돼 오랜 데이터가 축적돼있다”며 “대규모 임상으로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자가 포함된 고위험군에 대해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해외 제약사들은 프리미엄 고가 백신임을 내세워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SL 시퀴러스코리아는 일성신약과 판매 제휴 협약을 맺고 독감 백신 플루아드 쿼드를 제공한다. 이 백신은 시퀴러스의 면역증강제를 포함한 4가 백신으로 65세 고령층에 사용한다. GSK는 광동제약의 공급망을 활용해 전국 병의원에 플루아릭스 테트라를 공급하며 점유율 확대에 힘쓰고 있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독감 백신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되면서 여름철부터 독감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질병관리청은 독감 유행 수준이 외래환자 1000명 당 11.3명으로 유행 기준(6.5명)의 1.7배 수준이 되면서 이달 15일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식약처도 분주해졌다. 백신은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를 위해 국가출하승인을 거쳐야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절기에는 9개사의 11개 품목, 2700만 명 분에 대한 인플루엔자 백신을 검증하고 있다” 면서 “독감 백신의 순조로운 공급을 위해 직원들이 휴가도 반납하며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