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개 신흥·개발도상국 협의체인 ‘G77+중국’ 정상회의가 16일(현지 시간) 쿠바 아바나에서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신냉전 체제 속에서 신흥국과 거리를 좁히려는 중국의 전략이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는 쿠바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전 세계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G77이 서방 견제 외에 다른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G77+중국 정상회의 의장국인 쿠바는 회의 이틀째인 전날 46개 항으로 구성된 ‘아바나 선언’을 채택했다. 선언에서 G77+중국은 “새로운 과학과 기술을 고안할 수 있는 조건·가능성·능력 면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격차는 크다”며 “국제사회, 유엔(UN), 국제금융 기구들이 개발도상국의 혁신 노력을 지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의 주제는 ‘과학·기술 및 혁신의 역할’이었지만 사실상 중국과 신흥국이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대응해 결속을 강화하는 자리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바나 선언 외에도 각국 대표들은 서방을 견제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의장국인 쿠바의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이 “(미국의) 경제 봉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토로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중국이 최고 지도부 중 1명인 리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특별 대표로 파견한 것은 G77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리 상무위원은 회의에서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의 일원으로서 G77 회원국과 공조하며 남남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아프리카 50여 개국과 ‘중국·아프리카 평화안보포럼’을 개최하는 등 신흥국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저마다 다른 G77이 협력을 어디까지 강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표단을 보낸 116개국 중 정상이 참여한 국가는 31개국에 불과했던 것도 복잡한 속내가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요미우리신문은 “G77은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결속하고 있지만 합의 형성이 어렵다”며 “회원국 중 독재·군사정권이 있는 데다 중국과 인도처럼 국경 문제로 갈등하고 있는 국가도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