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사실상 무용지물 '주민소환제' 뭐길래…생태수도서 벌어진 '중구난방 단톡방'에 숨겨진 진실은

[지역 분열에 위법까지…수상쩍은 서명]

차세대공공자원화시설 입지 놓고

반대 비상대책위 지역사회 갈라쳐

선거관리위원회 신고도 하지 않고

순천시장 소환 서명 운동 무작위로

다른 지역 주민들이 서명한 의혹도

반대도 명분이 필요…시민이 고발

선관위·경찰 인지 불구 뒷짐 '비판'

‘연향들 소각장(자원생태센터) 반대’ 단체 카톡방에는 불특정 다수가 포함되는 등 미래 세대를 위해 풀어야 할 현안을 정치적 쟁점으로 몰고 간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사진의 단톡방 캡처 부분에는 위법 소지를 우려하는 대화 내용 일부분이다. 사진 제공=제보자‘연향들 소각장(자원생태센터) 반대’ 단체 카톡방에는 불특정 다수가 포함되는 등 미래 세대를 위해 풀어야 할 현안을 정치적 쟁점으로 몰고 간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사진의 단톡방 캡처 부분에는 위법 소지를 우려하는 대화 내용 일부분이다. 사진 제공=제보자




주민소환제도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처분이나 결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면 주민들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불러 설명을 들은 뒤 투표를 통해 제재 할 수 있는 제도다. 청구인이 유권자 15%의 동의 서명을 받아 선관위에 제출해야 하고 유권자 3분의 1 이상 투표에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처럼 주민소환제로 단체장 등을 불러내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과정과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득력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2007년 도입 후 단 한번도 지자체장에 대한 주민소환 성공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충분한 동의도 없이, 그 동의를 얻기 위해 위법까지 감행하는 등 지역사회의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민소환 청구 이유에 대한 규정이 없다 보니 지자체장에 대한 흠집 내기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는 완벽한 생태수도 기획으로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전남 순천시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2030년부터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차세대공공자원화시설’ 건립 후보지에 대한 일부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주민소환 청구에 대한 과정이 부적절을 넘어 위법 소지가 있어 보이는 등 의도적으로 지역사회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비검인 위법 의혹을 받은 주민소환 소명지.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 요청은 선관위의 검인을 받은 서명부에 주민 소환에 관한 내용만을 적시해 선관의의 승인을 받은 후 서명을 받아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서명을 받았다는 순천시민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 제공=순천시민비검인 위법 의혹을 받은 주민소환 소명지.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 요청은 선관위의 검인을 받은 서명부에 주민 소환에 관한 내용만을 적시해 선관의의 승인을 받은 후 서명을 받아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서명을 받았다는 순천시민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 제공=순천시민


◇찬성도, 반대도, 누가 누군 지 모른다

19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순천시는 지난 6월 22일 차세대 공공자원화시설의 최적 후보지로 연향들(연향동) 일원을 선정했다. 시는 그동안 독립 기구인 '폐기물처리시설 입지선정위원회'를 꾸리고 입지를 검토해왔다. 입지선정위원회는 전문 연구기관의 타당성 조사, 현장실사 등을 거쳐 연향들을 최적 후보지로 선정하고 시에 통보했다. 시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최우선 시에 뒀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 공청회·간담회 등을 거쳐 올해 말까지 입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정책 결정에 있어 순천시민이라면 누구나 미래세대를 위한 고민인 만큼 반대 목소리를 얼마든지 낼 수 있다. 의견 수렴을 걸쳐 대의 적인 판단을 하는 것인 순리지만, 일부에서는 정치적 쟁점을 넘어 이제는 의도적으로 노관규 순천시장과 순천시를 흠집 내기 위한 불순한 의도로 비춰지는 행위가 불거지고 있다.



연향들 일대에 차세대공공자원화시설을 반대하는 연향들 쓰레기소각장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는 수시로 순천시청 앞에서 집회 등을 진행하며 노관규 시장 주민소환 서명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책위는 “순천시가 적법한 절차 없이 폐기물처리시설 후보지로 연향들을 선정했다”며 "사업 철회를 위한 서명운동과 노관규 순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제를 실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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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민소환 서명을 벌이는 과정이 석연치 않다. 한 제보자는 진심으로 미래를 걱정해야 할 쓰레기 문제를 놓고 불특정 다수에게 반대를 위한 반대 서명을 무작위로 받았다는 증거물로 서울경제에 ‘단체 카톡방’을 제시했다. ‘연향들 소각장(자원생태센터) 반대!!(224명 참여)’ 라는 단톡방에는 순천시와 시장을 폄훼하며 반대를 독촉하고 있는 메시지로 가득했다. 이 단톡방은 불특정 다수를 무작위로 가입 시키다 보니 서울경제에 이 같은 제보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단톡방과 함께 또 다른 증거물을 제시한 제보자는 서명 요청 활동을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서명 받은 시민 일부가 주민소환 투표권조차 없는 외지인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반대를 주도한 인물이 특정 정치인의 핵심 참모도 포함됐다고 했다. 실제 단톡방에는 특정 정치인의 참모로 보이는 인물의 이름이 명시되면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처럼 단순한 반대가 아닌 주민소환을 위한 불특정 다수를 포함 시키다 보니 ‘찬성인지, 반대인지, 누가 누군지도 모른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전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으로 주목 받고 있는 전남 순천시 차세대 공공자원화시설의 최적 후보지로 선정된 연향들 전경. 사진 제공=순천시전국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으로 주목 받고 있는 전남 순천시 차세대 공공자원화시설의 최적 후보지로 선정된 연향들 전경. 사진 제공=순천시


◇위법 천지 속 “시도 자체가 무리수”

이 같은 위법으로 비춰지는 행위가 지속되자 순천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대책위를 주민 소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전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을 했다. 고발한 내용은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 요청은 선관위의 검인을 받은 서명부에 주민 소환에 관한 내용 만을 적시해 선관의의 승인을 받은 후 서명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책위는 이를 무시하고 서류를 받아 온 점이다. 이는 명백한 주민 소환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것이 제보자와 순천시민들의 주장이다.

또한 서명을 받는 사람을 위임할 때도 선관위에 신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작위로 서명을 받은 것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여기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은 이름과 생년월일만 받아야 하지만,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 개인의 주소 전화번호를 개인정보 동의 없이 임의 수집한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이 서명란에 이름을 올려진 일부 순천시민들은 자신이 직접 주민소환에 찬성한다는 동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도 나온다.

이에 전남도 선거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순천시장 주민소환을 위한 문의가 왔지만, 사실상 순천의 경우(적법한 절차를 거쳐 주민소환제 시행) 유권자 3만 명 이상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주민소환제도를 시행하기에는 순천시민 대다수의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 등 관계기관에서 인지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주민소환제도 악용은 충북도, 고양시, 상주시 등 전국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다양한 청구 이유를 들어 주민 소환에 나서고 있지만 지역 이미지를 퇴색 시키고 세금으로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에 전문가들은 2007년 도입 후 단 한번도 지자체장에 대한 주민소환 성공 사례가 없는 만큼 효율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순천=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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