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21일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이 시험대에 올랐다. ‘방탄 국회’라는 오명을 피하고자 ‘가결’에 뜻을 모았던 것과 달리 최근 이 대표의 오랜 단식으로 ‘부결’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표결을 앞두고 계파 갈등이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같은 날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에 대한 표결도 예정돼 있어 여당까지 셈법이 복잡해진 상황이다.
법무부는 19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회에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보냈다. 국회법상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국회 제출 뒤 첫 본회의에 보고되며 보고 이후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무기명 표결에 부쳐야 한다. 이에 따라 20일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이 보고되고 21일 표결이 진행되는 것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앞서 이 대표가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한 만큼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에서는 당내에서도 가결에 무게가 실리는 듯했다. 하지만 전날 이 대표가 19일째 단식을 이어오던 도중 건강 악화로 병원에 긴급 이송되자마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민주당은 “윤석열 검사 정권의 폭거”라며 부결 필요성을 직접 주장하고 나섰다. 박범계 의원은 19일 MBC 라디오에 나와 “부결은 당연하다”며 “사법 살인에 가까운 수사에 대해 우리가 순종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민형배 의원도 “수사 자체가 엉터리였고 증거를 아무것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부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전날 민주당이 제출한 한 총리의 해임건의안에 대한 표결이 같은 날 이뤄지는 점도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 안건 모두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되는데 국민의힘에서는 한 총리 해임건의안에 대해 아예 표결에 불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표 체포동의안만 가결 처리될 경우 민주당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여전히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체포동의안 부결 시 ‘방탄 국회’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이 대표가 직접 의원들에게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표적 비명계 의원인 조응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이 대표가 6월에 말했듯이 가결해달라고 직접 얘기하는 것이 제일 낫다”며 “그렇게 되면 가결이 돼도 반란표가 아닌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정당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 대표에 대한 영장 청구를 놓고 여야 간 대치 국면이 극대화되면서 민주당이 추진하던 각종 법안도 탄력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란봉투법·방송법 등 여야 견해 차가 큰 법안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법 자체를 상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1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등 국회에서 오랫동안 진행되지 못한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사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