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의 복귀를 선언한 전통의 반도체 강자 인텔이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18A)급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처음 공개하며 TSMC·삼성전자에 ‘선전포고’를 날렸다. 한 발 빠른 1.8나노 진입으로 2024년에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파운드리 업계 2위 자리에 오르겠다는 각오다. 대만과 한국의 초미세공정 싸움에서 낙오됐던 미국 반도체 업계가 미중 갈등과 리쇼어링(해외 이전 기업의 국내 복귀) 열풍에 힘입어 ‘원조’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따른다.
팻 겔싱어(사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1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이노베이션 2023’ 행사에서 1.8나노 반도체 웨이퍼를 공개했다. 내년 상반기 양산에 돌입할 2나노 웨이퍼를 선보일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은 ‘깜짝 공개’다. 1.8나노는 TSMC와 삼성전자가 양산 중인 3나노보다 두 단계 이상 더 나아간 최선단 공정이다. 겔싱어 CEO는 “4나노는 양산 준비가 완료됐고 3나노는 연말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며, 1.8나노 첫 웨이퍼는 내년 1분기 팹(Fab·반도체 공장)에 투입한다”면서 “인텔이 제시했던 ‘4년 내 5단계 공정 도약’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1.8나노 웨이퍼 공개와 관련해 10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경쟁에서 낙오됐던 인텔의 ‘화려한 복귀’라는 평가가 나온다. 2021년 파운드리 분야에 복귀한 후 뒤쫓기에 바쁘던 인텔이 경쟁사들과 동등한 위치에 섰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파운드리 복귀 당시 인텔은 TSMC·삼성전자와의 격차가 커 파운드리에서의 경쟁력을 되찾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진단을 받기도 했다. 4년간 5단계의 공정을 뛰어넘겠다는 전략도 허황된 게 아니냐는 냉소가 이어졌다. 이날 겔싱어 CEO가 공개한 1.8나노는 인텔이 제시한 5단계 공정 혁신의 마지막 단계다. 계획대로라면 인텔은 내년 말쯤 2나노 양산 단계에 진입했을 TSMC·삼성전자의 공정을 뛰어넘게 된다. 2024년에는 ‘패스트팔로어’를 넘어 파운드리 업계를 선도하겠다던 인텔과 미국의 반도체 리쇼어링이 목표 달성을 목전에 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