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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가치투자 名家 신영운용, 글로벌성장펀드로 ‘설욕’ 노린다

2차전지 강세장 외면 탓 수익률 저조

국민연금 위탁 자금 전액 회수조치

‘테슬라 초기투자’ 英 베일리기포드와 맞손

성장가치주 투자 펀드 출시로 ‘설욕전’


“(해당 주식에 투자하지 않은 것이) 수익률 부진으로 이어진다 할지라도 비싼 주식에 투자할 순 없습니다.”






허남권(사진)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21일 서울 광화문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열린 ‘신영 베일리기포드 글로벌그로스펀드’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불거진 국민연금의 위탁자금 회수설에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벤치마크(BM) 대비 낮은 성과를 이유로 신영자산운용에 위탁했던 자금 3000억 원을 전액 회수했다. 에코프로 그룹주, 포스코홀딩스 등 고평가 논란이 지속됐던 2차전지 관련주에 투자하지 않은 게 수익률 부진으로 이어진 탓이다. 2차전지 투자는 저평가된 주식을 매입해 장기적인 성과를 내는 신영운용의 가치투자 철학에 부합하지 않아 랠리 속에서도 투자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대표는 “우리는 국민연금에 비해 수익률 평가 기간을 길게 잡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BM 대비 2~3배 수익을 냈다고 할지라도 단기간 성과는 저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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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부진한 수익률 탓에 국민연금 외 기관투자가들도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신영자산운용에 맡긴 일임자산은 올해 1월 2일 5541억 원에서 지난 15일 294억 원으로 94.7% 쪼그라들었다. 보험사들이 지난달 1400억 원을 거둬갔고 국민연금이 지난 1일 남아있던 자금 3000여억 원을 모두 회수했다. 한 때 국민연금 위탁 운용자금만 3조~4조 원에 달했던 가치투자 명가 신영운용은 더이상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치투자 1세대 하우스 중 하나인 신영운용도 마냥 ‘뚝심’만을 지키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은 ‘글로벌 성장 가치주 발굴’이다. 테슬라와 엔비디아에 10년 안팎의 장기투자 끝에 각각 8000%, 2800%의 성과를 낸 영국 베일리기포드와 손을 잡았다. 신영운용은 이날 베일리기포드의 장기 글로벌 성장주 펀드인 ‘LTGG(Long Term Global Growth)’에 주로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 ‘신영 베일리기포드 글로벌그로스 펀드’를 출시했다. LTGG는 지난달 말 기준 엔비디아(7.66%), 아마존(6.14%), 테슬라(4.97%), PDD홀딩스(4.69%), ASML(4.20%)를 비롯한 글로벌 성장주 37종목에 압축 투자한다. 상반기 말일 기준 수익률은 연초대비 28.16%, 3개월 7.78%로 BM지수인 ‘MSCI ACWI Index’의 수익률(각각 14.26%, 7.78%)을 상회한다.

기존 해외 성장주 펀드들이 기술주 혹은 나스닥 초대형 메가캡과 같은 특정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면 이번 상품은 6개 이상 국가의 6개 이상 업종에 분산·장기투자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지난 20여년간 학계와의 협업을 통한 심도있는 리서치를 수행해 전세계 유망 기업을 조기 발굴했기 때문에 이같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었다는 게 베일리기포드 측의 설명이다.

허 대표는 “그동안 신영운용은 현재가치·배당가치 등 당장 손에 잡히는 가치 위주로 투자를 해 왔다면 베일리기포드는 미래 가치에 대한 확신까지 갖고 투자한다”며 “베일리기포드로부터 종목 발굴 노하우를 배워 성장성이 충분한 가치주를 찾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신영 베일리기포드 글로벌그로스 펀드는 이날부터 신영증권, KB증권, 하나증권, 한국포스증권, 유안타증권, IBK투자증권에서 가입할 수 있다. 판매사는 추후 확대될 예정이다.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헤지하는 환헤지형(H), 환율 변동에 자산을 노출하는 언헤지형(UH) 상품으로 구분된다. 총보수는 연간 기준 A클래스(선취) 0.95%, C클래스(후취) 1.25%다.


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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