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달 4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을 직접 알리면서 “인공지능(AI) 세계에서 인도가 제공하는 풍부한 잠재력에 대해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황 CEO가 인도의 젊은 인재들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이후 황 CEO가 인도과학연구소 등의 기술 인력들과 만남을 가졌다는 소식이 있었을 뿐 알려진 게 별로 없었다.
베일에 싸였던 황 CEO의 이달 초 인도 행보가 새삼 미국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0일 황 CEO가 인도의 4개 도시를 방문해 모디 총리와 난단 닐레카니 인포시스 전 회장 등과 만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가 인도를 ‘차이나 리스크’와 AI 성장성을 고려한 대안 시장으로 점찍은 것으로 해석했다. 인도가 첨단 거대 인구와 풍부한 기술 인력 풀을 겸비해 △AI 인재 공급처 △반도체칩 생산 기지 △엔비디아 제품의 대규모 시장 역할 등을 담당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 점을 주목해 엔비디아는 2004년 인도 남부 벵갈루루에 진출했으며 현재 인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4000명의 기술 인력을 확보해 엔지니어링 센터 4곳을 운영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인도는 서로 이익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다. 엔비디아는 인도 진출을 통해 미국의 중국 첨단반도체 수출 통제로 사라질 자사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중국 손실분을 메울 수 있다. 인도는 엔비디아를 통해 전자산업 발전, AI를 이용한 디지털 경제 부양, 첨단 기업 유치 등 얻을 게 많다. 황 CEO는 이번에도 ‘인도 데이터와 인재를 활용한 미래 AI 모델 구축’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인도에 러브콜을 보냈고 인도 정부는 보조금 지급 등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호응하고 있다. 인도 시장의 가치를 일찍이 간파한 황 CEO의 ‘심모원려’를 보면서 우리 기업들도 인도와 ‘윈윈’ 효과를 극대화하고 정부는 적극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