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가계대출 자제령에…온라인 대출 창구 닫는다

네이버페이 등 대출비교 플랫폼에

기업銀, 신용대출 상품 공급 중단

다른 은행으로 도미노 확산 가능성





금융 당국이 빠르게 늘어나는 가계부채 관리에 나선 가운데 일부 은행들이 온라인 대출 창구를 닫고 있다. 고객들에게 대출 상품을 노출하지 않고 신규 대출을 줄여 건전성을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24일 금융 및 핀테크 업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이 이달 20일께부터 대출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주요 플랫폼에 신용대출 상품 공급을 중단했다. 앞서 플랫폼과 맺었던 제휴는 유지하되, 고객이 대출비교 상품을 조회할 경우 기업은행의 대출 상품이 노출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용대출 증가세 때문에 건전성 등을 고려해 일시적으로 (대출 비교 플랫폼이 아닌) 당행 애플리케이션에서만 판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한두 달 정도 관련 지표를 지켜본 후 다시 상품 공급을 재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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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이 플랫폼에서의 대출 상품 공급을 중단한 것은 금융 당국의 ‘대출 자제령’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 당국은 가계대출과 관련한 현장 점검을 진행하고 지난주 은행별 부행장급들을 불러 회의를 개최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당시 회의에서 금융 당국은 가계대출 등을 공격적으로 늘린 일부 은행에 “경쟁적으로 자산을 확대하지 말라” “외연 경쟁을 자제해달라” 등의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다른 시중은행들까지 상품 공급을 중단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면서 플랫폼 이용자들의 서비스 편의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대출 비교 플랫폼에서의 대출 수요가 기업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으로 이동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것은 여러 협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플랫폼 등에서 상품 노출 자체를 줄이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고 즉각적으로 가계대출 감소에 대응하는 방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감소세를 보이던 가계부채는 올 2분기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1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 4539억 원으로 8월 말 680조 8120억 원보다 1조 6419억 원 늘었다. 가계대출은 올해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8월의 증가 폭은 이미 8월 증가 폭인 1조 5912억 원을 넘어섰다. 5대 시중은행의 이 같은 흐름을 볼 때 전체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 또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75조 원으로 7월 대비 6조 9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2021년 7월 증가 폭인 9조 7000억 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수치다.

금융 당국은 은행들의 대출 경쟁이 수신 경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예금금리나 은행채 발행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5대 은행이 이달 들어 발행한 은행채는 총 7조 400억 원에 달하며 은행채 금리는 4%대의 높은 수준에 형성됐다.


백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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