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23일 양자 면담을 통해 소통에 나선 것은 최근 가속화된 북한·러시아 간 밀착에 대한 견제구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이는 북한과 러시아가 최근 양측 간 정상회담을 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위반하는 군사 거래 움직임까지 보이자 대북 협상의 우위를 쥐고 있던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한중 외교를 통해 드러낸 셈이다. 이런 가운데 23일 개막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이 예상을 뒤엎고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북중 관계의 미묘한 기류가 재확인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달 북러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조로(북러) 관계를 우리 대외 정책에서 제1순위로 최(最)중대시하겠다”고 밝히며 러시아와의 관계를 과시한 것과 대비된다. 우호 관계를 유지하던 북중 간의 달라진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평이다.
한국에서는 국정 2인자인 한 총리가 해외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하며 한중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중국 측에 보여줬다. 특히 한 총리가 최근 한반도 관련 정세를 설명하면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는데 시 주석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국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정전협정기념일·7월 27일) 이후 북중 간 이상함이 감지됐다”며 “우리가 이런 외교 틈새를 활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도 우선 우리 정부에 화답하는 모양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국이 중국과 함께 중한 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겠다는 것을 정책과 행동에 반영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우호 협력의 큰 방향을 유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이전까지 중국 측이 하지 않았던 말”이라며 “시 주석의 방한은 아직까지 시기상조지만 중국도 한중 관계 개선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봤다.
무기 거래를 통해 북한과 러시아가 지속적인 밀착을 보여도 중국은 방관자 행세를 하고 있다. 박 교수는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무기 기술을 이전하면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나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로 이어져 중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중국이 이끌어가는 북중러 구도에도 균열이 생기는 것을 중국은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범한 러시아나 핵을 개발하는 북한과 함께하기에는 자국의 글로벌 평판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며 “그렇다고 해서 북한·러시아와 척을 질 수도 없어 중국이 딜레마에 빠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김 위원장의 방러 후 북러 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다음 달 북러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평양을 방문한다. 앞서 이달 14일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방북을 요청했고 푸틴 대통령도 이를 수락한 만큼 푸틴의 방북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