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세대 맞춤형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

청년 기피하는 병역·보육 등 분야에

남녀불문 공공복무, 정착자금 지원

은퇴세대와 연계한 맞춤정책 발굴

'폐지 수순' 여가부 개편 검토해볼만





지난주 내로라하는 거시경제 전문가들이 모인 국제회의에 참가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한중일 3국의 경기 침체 방지가 쟁점이었다. 몇 년 만에 열린 대면 국제회의라 코로나19가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도 주된 논의가 세계적 대전환 이전의 아날로그에 멈춰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세계는 10년 전에 이미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1만 달러를 넘어섰다. 국가별로 격차는 있지만 전 세계가 풍요의 사회임에는 틀림없다. 거시경제 정책은 대공황의 산물이다. 핵심 목표가 재정·금융 수단을 통한 경제 안정이었다. 지금은 국가 구성원들의 일평생에 대한 희망 대책을 설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만큼 세대 맞춤형 종합 정책이 필요해졌다.



따지고 보면 세대 맞춤형 정책은 이미 있다. 초등학교 무상 의무교육제가 그 한 축이다. 온통 부국강병에 매몰되던 국민국가 시대의 핵심이다. 국가 구성원의 사회 적응 능력을 제도적으로 배양해 산업 인력이나 병사로 키운 것이다. 연금제도도 있다. 은퇴 이후 최소한의 복지를 고려한 대책이다. 지금 더욱 중요한 것은 인구절벽을 완화하거나 방지해 K열풍 속의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존속시키는 것이다. ‘라떼’ 세대의 자그마한 희망이기도 하다. 출산이 저조한 것은 중산층 청년들마저 아기를 가질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유아 보육에 사회 초년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 든다. 맞벌이 부부라도 한쪽의 벌이가 고스란히 양육비로 이전된다. 살 집 문제 역시 대책이 안 서기는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도 영·유아 보육 국가책임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국가가 온통 매달려야 한다. 방법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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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청년들에게 남녀 불문하고 ‘청년 사회 공공 복무 의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들의 부모 세대인 은퇴 세대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국민개병제를 채택하는 몇 안 되는 국가다. 이를 확대해 남녀 전 청년 세대에 사회 공공 복무 의무제를 거치게 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병역, 보육, 요양,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것을 기피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더 나은 미래를 담보로 이 분야에 본인 희망, 추첨 등 합리적인 방법으로 투입하는 것이다. 일정 기간(가령 2년) 복무하면 매월 최소 생존비에 더해 200만 원 정도의 사회 정착 자금을 제공한다. 이 자금은 강제 저축시켜 의무 기간이 끝날 때 5000만 원 정도의 목돈을 갖고 나가게 하자는 것이다.

안보에 구멍이 뚫리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할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군 인력은 확실히 훨씬 줄어든다. 특히 청년들의 70% 이상이 대학생일 만큼 고학력이다. 모든 병력의 중견 간부화로 가야 하는 추세에도 부합된다. 동시에 해당 여성의 상당수를 영·유아 보육 도우미로 활용할 수 있다. 현 청년 세대(가령 20~24세)의 평균 인구가 60만 명을 넘으니 현 신생아 (2022년 25만 명) 1명에게 1인은 배치할 수 있다. 여기에 은퇴 세대(55~64세 평균 82만 5000명 규모)를 추가 투입하는 것을 제도화할 수 있다. 공간은 거주 지역 설비 (아파트 단지 내)나 주민자치 설비의 공간을 활용하면 될 것이다. 국가 자산 또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두 번째가 주택 문제다. 상기 사회 정착 자금에 주택 우선 청약권을 연계시킨다. 주택 구매 때 장기 주택 대출을 해주되 필요하다면 법정 최소 이자율보다 싸게 부담을 지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은퇴 세대에게는 영·유아 보육 도우미 역할뿐 아니라 자가 주택을 청년 세대에게 물려주게 하면 된다. 증여도 있지만 대부분 세금 부담으로 불가능하다. 사회 정착 자금을 기반으로 부모 집에 전세를 살게 하는 것이다. 가칭 자가 전세 제도다. 은퇴 세대는 지방의 은퇴촌을 활성화해 지방 소비를 일으키게 하면 된다. 지방의 젊은 층들에도 은퇴 세대 관련 일자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디지털 시대 거시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하는 것 아닐까. 이렇게 된다면 청년들이 미래를 설계하는 데 어느 정도 희망을 줄 수 있다. 폐지 수순을 밟고 있을 여성가족부를 아예 세대 정책을 포괄하는 ‘세대정책부’로 개편하는 것을 검토해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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