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경제클럽 주최 강연에서 발언하고 있다./AP연합뉴스“첨단 분야의 민·관 투자를 가속화하기 위해 예산·세제·규제의 모든 면에서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투자 지원 패키지를 만들어 실행해 나가겠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뉴욕경제클럽 개최 강연에 참석해 ‘대(對)일본 투자’를 강조하며 다각도의 투자 환경 정비 및 지원 노력을 어필했다. 이때 자산운용업 특구 개설과 함께 언급된 것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등 첨단 분야의 국내 시장 확대를 위한 지원책이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자국 중심으로 전략 산업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앞세워 투자 유치에 나선 가운데 일본 역시 ‘국내 투자 지원 패키지’를 내놓고, 자체 경쟁력을 키워가겠다는 것이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0월 중 발표 예정인 경제 대책에 ‘전략물자 공급력 강화’를 담는 조정에 들어갔다. 반도체나 배터리, 바이오 등의 분야를 대상으로 초기 투자 외에도 5~10년 단위의 세제 혜택을 포함해 기업의 생산 비용 부담을 경감하는 세제를 검토한다. 이는 8월 말 경제산업성이 ‘2024 회계연도 세제 개정 요망’ 보고서에 담은 내용이다. 경산성의 요망안을 보면 현행 감세 제도는 대상 물자 제조에 필요한 설비 도입 비용 등 일부 투자 비용을 공제해 준다. 그러나 이는 투자 초기에 한정돼 이후의 생산 과정에서 이렇다 할 영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기업이 신분야에 진입하면 안정적인 납품처를 확보하고 경영을 궤도에 올릴 때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세제 하에서는 이 같은 지원의 온기가 지속되기 어려운 것이다. 기시다 총리가 “초기 투자 비용과 (이후) 운영 비용이 큰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세제를 검토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혀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구체적인 내용은 연말 여당의 세제조사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지만, 민간의 참여 리스크가 큰 분야를 중심으로 정부의 중장기적인 감세 및 리스크 완화 지원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산성은 미국의 IRA처럼 투자 감세 외에도 투자 후 생산 및 판매량에 따른 세액 공제, 적자 발생 시 공제 한도의 이월 적용 등을 신설할 계획이다. 설비투자 비용 중 일부를 법인세에서 빼주는 방식이나 시설 가동 후 일정 기간 매년 생산량에 따라 일정액을 공제하는 것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방식이 참고 대상이다.
일본 구마모토에 건설 중인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공장 전경/연합뉴스공급망 체질 개선에도 속도를 낸다. 이를 위해 환경문제나 노동·인권 등 국제 기준을 충족하는 물자를 구매한 기업에 구매금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 경우 중국 제품은 사실상 보조금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닛케이는 이 같은 조치가 국내 생산한 제품의 경쟁력을 높여 결과적으로 투자를 촉진하는 선순환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 대책 골자를 25일 발표한다. 대대적인 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지지율 반전을 꾀하는 기시다 총리는 최근 뉴욕에서 진행된 한 강연에서 “예산·세제·규제의 모든 면에서 세계에 오르며 경쟁할 수 있는 투자 지원 패키지를 만들고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일본은 이와 함께 엔화 약세로 생산 설비, 연구개발 거점 확보에 유리한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점을 긍정적인 재료로 부각하고 있다.
한편, 미쓰비시 케미컬 그룹은 2025년 1분기 가동을 목표로 반도체 재료 제조 공장을 국내에 지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공장 투자에 수십억 엔이 들고, 고물가로 기존 요코하마 공장보다 비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수요 및 시장 확대를 고려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특히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가 구마모토에 공장을 짓고 진출한 것을 계기로 관련 기업들의 투자가 잇따르고 있어 정부의 지원책과 어우러진 공급망 재구축이 확산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