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 장애(자폐증) 환자가 일반인보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이유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뇌는 타인과 교감하면 긍정적 감정을 느끼도록 작동하지만 자폐증 환자는 이런 뇌 회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은준 시냅스뇌질환연구단장 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석좌교수 연구팀이 자폐증의 주요 증상인 사회성 저하의 원인이 ‘뇌 신경회로’에 있음을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분자 정신의학’에 이달 20일 게재됐다.
자폐증은 세계 인구의 약 2.8%가 겪는 뇌발달 장애로, 사회성 저하와 반복적 행동이 주요 증상이다. 공식 승인된 치료제가 없을 뿐더러 자폐증 환자에게서 사회성 저하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조차도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뇌 질환과 그 증상의 관계를 규명하려면 신경세포들이 서로 복잡하게 연결돼 뇌 기능을 조절하는 뇌 신경회로를 분석해야 한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자폐증에 걸린 쥐들을 관찰한 결과, 이 쥐들은 뇌 신경회로 중 하나인 ‘보상(reward) 회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상회로는 정서적 교감 시 긍정적 감정이 들게 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일종의 보상으로 분비토록 하는 뇌 신경회로다. 쥐와 사람처럼 교감이 생존에 필수적인 사회적 동물들에게 발달해있다. 하지만 자폐증에 걸린 생쥐는 대뇌 전전두엽 신경세포가 과활성화돼 이와 연결된 시상하부와 중뇌의 보상회로가 비정상적으로 억제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보상회로 억제는 사회적 활동의 감소, 즉 사회성 저하로 이어진다.
연구팀은 문제가 되는 시상하부 신경세포를 빛으로 자극하면 보상회로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발견함으로써 자폐증의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해당 자극을 받은 자폐 쥐는 다시 정상적으로 도파민이 생성됐고 사회성도 회복됐다. 김 단장은 “후속 연구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연관 가능성이 있는 뇌의 영역과 신경회로를 추가적으로 밝혀낼 계획이다”며 “발병 원인의 이해와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