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대신 임시로 공지했던 것입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전달할 길만 빌려준 게 다입니다.” (코스콤)
이달 초 차액결제거래(CFD) 종목별 잔액 ‘통계 사고’가 발생한 후 금융투자협회와 코스콤 관계자들이 한 말이다. “내 탓이오”라고 자책하며 실수를 인정한 곳은 없었다. 양측은 “네 탓이오”라며 잘못을 떠넘기기 급급했다.
발단은 이렇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31일, 이달 1일과 4일 CFD 종목별 잔액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애초 CFD 종목별 잔액 합은 31일 9677억 원, 1일 6762억 원, 4일 1조 412억 원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적었다. 이상한 숫자였다.
업계 관계자들에게 “1일 CFD 잔액이 전 거래일과 다음 거래일 대비 3000억 원 이상 차이가 나는데, 정상적이냐”고 물었다. “말도 안되는 수치”라는 답이 돌아왔다. 금투협에 재차 확인하자 역시 “오류”라는 답이 나왔다. ‘통계 오류’를 지적하는 기사가 나가자 금투협은 이달 7일에서야 CFD 종목별 잔액 합을 각각 1조 1058억 원, 1조 1040억 원, 1조 995억 원으로 수정했다.
문제가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 추적했다. 누가, 왜 실수를 한 것인지 파악해야 재발 방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CFD 관련 통계여서 더 세심히 살폈다. ‘주가조작의 뇌관’으로 지목됐던 CFD는 6월 중순 거래가 중단됐다가 정보 투명성 강화 등 보완책을 마련한 뒤 어렵게 다시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금투협은 CFD 종목별 잔액 공지를 맡았고 취합은 코스콤 몫이었다. 다만 본래 자기 일은 아니었다. 증권사가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CFD 종목별 잔액을 알려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산 준비에 시간이 걸렸고 그 전까지 금투협과 코스콤이 임시로 일을 맡은 것이었다.
상황은 이해가 됐다. 금투협과 코스콤도 지난달 말 첫 공시를 불과 며칠 앞두고 갑자기 일을 떠맡았다. 그러나 통계 오류 사건 발생 후 대처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임시로 했다” “취합만 했다”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 각종 사고와 주가조작에 신뢰가 추락한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금투협과 코스콤은 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금융 당국과 함께 대책 마련에 앞장서는 주요 기관이다. 이들이 “내 탓이오”라며 책임지는 자세를 보일 때 증권 업계도 신뢰 회복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