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부 기초지방자치단체와 기초의회간 협치가 삐걱거리면서 추가경정예산안 등 현안이 표류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지속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어 시급히 갈등을 풀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성남시의 경우 현재까지 분당보건소 신축 관련 예산 처리를 놓고 집행부와 시의회가 갈등을 겪으면서 본회의가 중단되는 등 파행이 거듭되고 있다. 성남시, 성남시의회 등에 따르면 이번 3차 추경 규모는 1575억원이다. 이중 1억1500만원이 편성된 ‘분당보건소 신축 기본구상 및 건축기획 용역’ 예산안을 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문제삼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신상진 현 시장이 전임 민주당 시장 시절 사업인 보건소 신축을 사실상 취소하기 위한 ‘전초작업’이라고 주장하며 제고를 요청하고 있다. 반면 성남시 집행부와 시의회, 국민의힘은 보건의료 수요 대처 및 노후하고 협소한 분당구 보건소 신축 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필수 예산이라며 맞서고 있다.
성남시의회는 국민의힘 박광순 의장이 지난달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되면서 여야 구도가 18 대 16에서 17대 16이 됐다. 본회의 의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34명)의 과반수인 18명이 필요하지만 국민의힘 의원이 17명이 되면서 단독 처리가 어렵게 됐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오후부터 회의에 전원 불참하면서 예결위 산회를 주도했다. 시의회는 26일 하루 임시회를 열어 3차 추경안 해법을 논의하지만 처리여부는 불투명하다.
고양시와 고양시의회는 이동환 고양시장의 발언을 두고 시작한 앙금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지난 2일 간부회의에서 “시가 진행하는 용역보고회에 시의원들이 참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 시 관계자도 “시의원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명확히 알지 못한다”며 사실상 의회 경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발끈한 민주당 의원들은 임시회 첫날인 지난 7일 이 시장의 사과를 요구했고, 김영식 의장은 이 시장에게 사과를 종용했다. 하지만 이 시장은 “답변은 나중에 하겠다”고 일축했다. 이에 반발한 민주당 의원들의 집단 퇴장 후 현재까지 모든 의사 일정이 멈췄다. 이 시장과 당이 같은 국민의힘 조차 “추경예산안 등 각종 안건 처리가 불투명해졌는데 시민들에게 부끄럽고 죄송한 일”이라며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고양시의회는 국민의힘 17명, 민주 17명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협치는 요원한 상태다.
오산시의회(민주 5명·국민의힘 2명)는 시체육회장과의 갈등이 이권재 시장으로까지 옮겨졌다. 시의회가 워크숍 관련 추경예산 1100만원을 삭감한데 반발해 권병규 시 체육회장은 지난 9일 시민의날 체육대회에서 시의회 비하 발언을 했다. 이에 성길용 의장 등은 이권재 시장의 재발방지 약속과 체육회장 사퇴 시까지 무기한 정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해당 사안을 오산시 집행부가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도시공사 설립, 추경 등의 현안과 사실상 연계해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권재 시장이 “오산체육인들의 투표로 선출된 민선체육회장의 사퇴를 종용하라는 것은 시장에게 직권남용을 강요하는 것으로 불법적인 일”이라며 “무기한 정회라는 꼼수로 파행시키고 오산시정을 멈춰 세웠다”고 버티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군포시는 최근 가까스로 추경을 통과시켰지만 시가 추진하는 ‘금정역 통합역사 개발’에 대해 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연이어 딴지를 걸었다. 해당 사안들이 공교롭게도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과 민주당이 다수당이거나 그에 준하는 위상을 갖고 있는 기초의회간 갈등이라는 점에서 장기화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경기침체에 따른 추경편성 등 현안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며 “이 피해는 결과적으로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어서 협치 복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