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반대·지지자 수백명 집결…둘로 쪼개진 서초동 [이재명 영장심사]

■이념 전쟁터 된 법원 앞

도로 초입 파란 옷의 李지지자들

건물입구엔 붉은 피켓 든 반대자

"기각" vs "구속" 외치며 극렬대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가 이재명이다. 이재명이 민주주의다.”



“사법방해 이재명 구속! 도주우려 이재명 구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앞둔 26일 오전 9시, 서울중앙지법 앞 도로는 붉은색과 푸른색 물결로 완전히 분열된 모습이었다. 이날 법원 정문을 향하는 길목을 중심으로 건물 입구 쪽은 붉은 피켓을 든 반(反)이재명 세력들이, 도로 초입 쪽은 파란 옷을 입은 지지자들이 점거한 탓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중랑구 녹색병원 응급실을 나선 뒤 예정된 시간보다 늦은 10시 3분께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양복을 입고 한 손에 지팡이를 쥔 채 나온 이 대표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대표님 힘내십시오” “진실은 승리합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이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들어 화답했다.

이날 법원 앞은 궂은 날씨에도 이 대표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수백 명이 집결해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들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인용하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각각 내거는가 하면 스피커로 구호와 노랫소리를 내보냈다.

26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가 보수단체 집회 장소로 이동하려 하자 경찰이 진입을 막고 있다. 정유민 기자26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가 보수단체 집회 장소로 이동하려 하자 경찰이 진입을 막고 있다. 정유민 기자



경찰은 양측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경력을 배치해 서로 접촉하지 못하도록 했다. 특히 경찰은 이 대표의 지지자가 보수단체 텐트 쪽으로 지나가려 하면 길목 자체를 몸으로 막아서고 통행을 금지하기도 했다. 경찰의 사전 대비 덕에 다행히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경찰의 제지에 더민주전국혁신회의와 촛불연대 등 이 대표의 지지자들은 “경찰의 노고는 알지만, 이 대표님 지나가는 길목에서 우리 시민들이 힘을 보내야 하니까 간격을 벌려달라”면서 “아니면 시민들이 분노할 것”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이 대표가 차를 타고 지나가는 도로 양옆 바리케이드에 바짝 붙어서서 “당당하고 떳떳하게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기각돼서 나올 수 있도록 이 대표를 지키자”고 소리쳤다.

백현동 개발 특혜, 대북 송금 등의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이 대표의 지지자들이 구속 반대를 외치고 있다. 정유민 기자백현동 개발 특혜, 대북 송금 등의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이 대표의 지지자들이 구속 반대를 외치고 있다. 정유민 기자


지지자들 일부는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전날 저녁부터 이 일대에서 밤샘 노숙을 했다. 부산과 포항 등 전국 각지에서 이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파란색 옷을 입고 모인 사람들도 있었다. 어젯밤 부산에서 이 대표를 보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는 윤 모(71) 씨는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검사·판사 등 300명을 고소했다”면서 “김성태·유동규 진술은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의 탄원서도 작성해 제출했다”고 밝혔다.

백현동 개발 특혜, 대북 송금 등의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이 대표의 구속을 촉구하는 반대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백현동 개발 특혜, 대북 송금 등의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이 대표의 구속을 촉구하는 반대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법원 정문 입구에서는 애국순찰팀과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 100여 명이 붉은 천막 아래 “이재명 구속”을 연호했다. 집회 주최자는 “이 대표가 지나갈 때 물건을 던지지는 말라”면서 “야유까지는 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해 피켓을 나눠주던 60대 여성은 “이재명의 죄가 한두 가지가 아니고 사기꾼의 몸통”이라면서 “정작 (구치소에) 들어가야 할 사람은 안 들어가고 주변인들만 구속됐다”고 분노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 사이에서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으나 정작 이날 이 대표는 집회가 열린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법원에 출석하면서 돌발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백현동 개발 특혜, 대북 송금 등의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이 대표의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퇴정 시간을 기다리며 노숙을 시작했다. 정유민 기자백현동 개발 특혜, 대북 송금 등의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이 대표의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퇴정 시간을 기다리며 노숙을 시작했다. 정유민 기자


이 대표가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오전 10시 이후부터 일부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퇴정 시간을 기다리며 노숙에 나섰다. 이들은 빗방울을 피해 건물 처마 밑에 돗자리를 편 뒤 자리를 잡았다. 이후 다른 지지자들과 담소를 나누며 이 대표를 기다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남명 기자·정유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