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지휘는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음악도 인생과 닮아"

세묜 비치코프 '체코 필하모닉' 지휘자 인터뷰

내달 24일 '예술의 전당'서 공연

삶을 표현하는 지휘로 명성 쌓아

드보르자크 등 체코 음악 정수 예고

러시아 출신으로 우크라 전쟁 비판

"정치·예술 별개지만 침묵은 악마"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 사진 제공=인아츠프로덕션지휘자 세묜 비치코프. 사진 제공=인아츠프로덕션




“결국 지휘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입니다. 연주자들 모두가 한꺼번에 나를 따르길 원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연주하고 있다고 느끼도록 설득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말하고자 하는 것, 표현하고 싶은 것, 이를 표현할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지휘를 하는 이들이 이해해야 하는 필수적인 요소죠.”



다음달 24일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예술의전당을 찾는다. 러시아 출신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사진)가 이끄는 오케스트라는 체코의 대표적인 음악가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음악으로 구성된 레퍼토리로 체코 음악의 정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세묜 비치코프가 한국에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가 호흡을 맞춘다.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 사진 제공=인아츠프로덕션지휘자 세묜 비치코프. 사진 제공=인아츠프로덕션



구소련에서 태어난 비치코프는 20살 때 라흐마니노프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등 젊은 시절부터 탁월한 재능을 드러낸 지휘자다.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후에는 미국 버팔로 필하모닉, 프랑스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등을 맡은 데 이어 베를린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빈 필하모닉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의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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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5년 전인 2018년부터 체코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로 임명됐다. 체코 필하모닉을 오랫동안 이끌던 지휘자 벨로홀라베크가 타계한 후 비치코프의 객원 지휘 공연에 감동한 단원들이 그에게 상임 지휘자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그는 공식적으로 진행된 단원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찬성을 받았다.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 사진 제공=인아츠프로덕션지휘자 세묜 비치코프. 사진 제공=인아츠프로덕션


2017년 그와 체코 필하모닉이 연주한 음반에 대해 영국의 음악 매체 BBC 뮤직 매거진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려줬다”면서 극찬을 보냈다.

음악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지휘자인 그는 러시아 출신 음악가로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는 발언가적인 면모도 지니고 있다. 그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예술과 정치는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오래된 규칙이 있지만 우크라이나 침략은 삶과 죽음에 관한 것이지 정치가 아니다. 나는 우크라이나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대규모의 학살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때로는 침묵이 악마일 때가 있다. 예술은 내가 하는 나의 일이고, 난 그저 인간으로서 해야 할 말을 침묵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체코 필하모닉은 체코 출신 작곡가의 개성을 살려 연주하면서 고유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악단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체코 필하모닉은 드보르자크의 ‘사육제 서곡’과 교향곡 7번, 피아노 협주곡 g단조를 연주할 예정이다. 비치코프는 “체코 필하모닉은 전 세계의 몇 안되는 자신만의 색과 정체성, 음색 등을 지닌 유서 깊은 악단”이라면서 “이러한 점이 체코 필하모닉의 ‘남다른 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러한 특징들은 그들의 전통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스무 살에 지휘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이후 체코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가 되기까지, 비치코프의 인생은 음악으로 가득 채워져 왔다. “내게는 늘 음악을 향한 거대한 열정이 함께했다. 처음에는 지휘자로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알고 있기에 바쁘다. 그러나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동료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는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죠.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쁨과 슬픔, 고통과 행복, 두려움과 승리. 음악이 표현하는 모든 감정은 우리가 살아가는 감정이에요”라고 덧붙였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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