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李 정황 있지만 ‘직접 증거' 없어"…대북송금은 '다툼 여지' 판단

[이재명 영장 기각 사유 들여다보니]

892자 이례적 긴 기각사유 제시

혐의에 판단 기준 제시하면서도

"증거 확보 충분…인멸 우려 없어"

李대표 방어권 보장에 무게 둬

檢 "정치적 고려 우려…깊은 유감"

서울중앙지법이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대표가 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의왕=연합뉴스서울중앙지법이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대표가 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의왕=연합뉴스




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배경에는 ‘직접 증거가 있는지’ 여부가 자리하고 있다. 법원은 검찰 구속 수사에 제동을 걸면서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각종 의혹에 정황은 있지만 이 대표가 직접 개입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백현동 개발 특혜·쌍방울그룹 불법 대북 송급 의혹과 관련해 의심은 가능하지만 구속할 만한 사유는 찾지 못했다는 얘기다. 검찰이 이 대표가 각종 의혹 과정에 직접 지시하거나 개입할 만한 직접적 증거가 없으니 구속 수사는 불허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총 892자 분량의 사유를 제시했다. 법원이 기각이나 발부 사유를 수백 자 분량으로 담은 건 다소 이례적이다.

특히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한 ‘증거인멸 우려’를 자세히 설명했다. 법원은 우선 위증교사·백현동 개발 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물적 자료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돼 검찰이 당시 공문과 녹음파일 등 증거자료를 충분히 확보한 만큼 이 대표 측이 증거를 훼손하려고 해도 실현하기가 어렵다는 취지다.



위증교사 혐의나 백현동 개발 사업에 이 대표가 관여됐느냐에 대해서도 ‘소명됐다’거나 ‘의심이 든다’고 봤다. 하지만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제출한 증거·증언 등이 피의자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는 아니라서 구속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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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그룹 불법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가해진 회유·압박 정황에 대해서는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면서도 ‘피의자(이 대표)가 직접적으로 개입했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주변 인물이 말 그대로 ‘스스로 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이 대표가 회유나 압박을 직접 사주하거나 요구한 직접 증거가 없다는 얘기다. 말 그대로 각종 정황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 대표가 직접 개입했다는 핵심 증거는 없어 구속의 필요성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 전 부지사가 대북 송금 과정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검찰 진술 자체는 유효한 증거로 남아 있는 만큼, 진술이 바뀐 경위를 재판을 통해 따져보면 될 일이라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혐의 소명은 기소 후 재판에서 다투지, 영장심사 과정에서 심사할 게 아니라는 의미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판단에서 법원은 형사소송법상 구속 사유에 기반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혐의 소명·중대성을 심사했으나 발부냐, 기각이냐는 판단에서는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는지를 주로 기준으로 다룬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법원은 기각 사유에서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한 뇌물 혐의는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백현동 의혹과 관련한 배임 혐의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제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할 때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직접 증거 자체가 부족한 현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오히려 법원은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할 때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혐의 판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기준을 제시하면서 유보적 태도를 취하되, 이 대표의 방어권에 조금 더 무게를 둔 것이다. 이는 검찰이 이날 법원의 판단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은 검찰과 상당한 견해 차가 있어 수긍하기 어렵고 결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단지 정당 대표 신분 때문에 증거인멸이 없다고 적시한 건 사법에 정치적 고려가 있는 것 아닌지 우려가 있다”고 각을 세웠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원에서도 범죄의 입증·소명에 대해서는 인정함에도 정당 대표라는 지위에서 방어권을 보장해주는 게 주안점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현덕 기자·이건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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