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운용기관 한국벤처투자가 내년 해외 벤처캐피털(VC)들이 조성하는 벤처펀드에 대한 출자 규모를 늘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해외 VC들과 접점을 더욱 확대해 국내 스타트업들의 해외 투자 유치 기회를 늘리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계획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내년 해외 벤처펀드 출자금 규모를 올해 883억 원보다 더욱 키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는 2013년부터 연간 단위로 출자금을 배정해 해외 VC들의 벤처펀드에 투자해 왔다.
한국벤처투자가 정부 예산을 활용해 해외 벤처펀드 출자에 나서는 것은 국내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와 해외 진출을 지원하려는 목적이다. 이를 위해 한국벤처투자는 해외 VC들에 출자금의 1배수 이상을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의 출자금 규모가 커질수록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투자 유치 규모와 사례도 늘어나는 구조다.
한국벤처투자는 글로벌 VC 벤처펀드 출자를 위해 2013년 조성한 모펀드인 6293억 원 규모 '해외VC 글로벌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매년 해당 모펀드 자금을 증액하는 방식으로 펀드 출자에 나서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한국벤처투자가 해외 VC 벤처펀드에 출자한 자금 규모는 6287억 원에 달하며, 총 59개 자펀드를 운용 중이다. 전체 자펀드 규모는 약 8조 9000억 원에 달한다. 해당 59개의 자펀드는 미국을 비롯해 동남아, 중국, 유럽, 중남미, 중동 등에 분포돼 있다.
해외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국내 스타트업 수는 472곳이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우아한형제들, 하이퍼커넥트, 직방을 비롯해 컬리, 당근마켓, 버킷플레이스, 몰로코, 콩스튜디오, 해긴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유니콘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치한 자금 규모는 1조 64억 원으로 집계됐다. 출자금 대비 1.6배 규모로 1배수 이상의 투자 조건보다 많은 금액의 투자가 이뤄진 것이다.
해외 VC 중 국내 스타트업에 가장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는 곳은 알토스벤처스다. 알토스벤처스는 한국벤처투자 출자금을 활용해 토스, 우아한형제들, 직방 등에 투자했다. 또 트랜스링크캐피탈(미국), 스트롱벤처스(미국), 골든게이트벤처스(싱가포르), 버텍스벤처스(싱가포르) 등도 한국벤처투자 출자금을 활용해 국내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국벤처투자 측은 "그동안 출자한 해외 벤처펀드의 연 환산 수익율(IRR)은 20%를 웃돌 정도로 성과가 좋다"며 "내년 해외 벤처펀드 출자금 규모는 올해보다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