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그렇다고 금융 당국이 대출을 무작정 옥죄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주택담보대출·중도금대출 등의 대출 문턱을 높이면 회복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정부의 9·2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가계대출을 관리해야 하는 금융 당국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9·26 대책을 통해 주택 공급 활성화 차원에서 중도금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대출 보증 책임비율을 현재 90%에서 100%로 확대해 시중은행의 원활한 중도금대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또 “은행권 중도금대출 심사 시 초기 분양률 등에 과도하게 보수적 기준을 적용하는 관행 등이 합리화되도록 지속 점검하겠다”고도 말했다. 분양 6개월 내 분양률 70~80%를 대출 조건으로 내세운 일부 시중은행의 고강도 심사 기준이 완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금융 당국이 최근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대출 폭증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줄이는 등 사실상 퇴출해놓고는 은행권에 중도금대출 심사 기준을 낮추라고 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비수도권에서는 분양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데 무턱대고 심사 기준을 완화하기는 어렵다”며 “이로 인해 대출이 늘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처럼 또 은행에 화살이 돌아올까 염려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중도금대출 등 완화를 두고 금융 당국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실수요자 및 차주의 상환 능력에 따라 대출이 원활히 집행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